“함께 한 모든 순간이 좋았다” 임영희의 가슴찡한 단일팀 이야기
출처:스포츠경향|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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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말자고 했죠. 우린 다시 만날거니까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 주장 임영희(38·우리은행)는 지난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북측 선수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한 달여 동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함께 경기를 치른 선수들을 배웅하는 자리. 그는 선수들을 토닥거리며 몇번이고 말했다. “울지 말자 우리. 곧 다시 만날거잖아.” 맏언니의 말에 남북 선수들은 서로의 어깨를 다독였다. 뭉클한 마음을 숨길순 없었지만 선수들은 곧 다시 만날 그날을 그리며 웃는 얼굴로 서로를 보냈다.


국내로 돌아온 임영희는 “단일팀 생활은 잊을 수 없고 감동 가득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임영희는 5일 스포츠경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 만날 때부터 어색하지 않았고 곧바로 친해져 잘 지냈다. 그래서 아직 헤어졌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7월 통일 농구대회에서 북한을 방문해 선수들을 미리 만났던 게 단일팀에서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진천선수촌에 북측 선수들이 합류해 훈련하면서 양측은 서로를 더 알아갔다. 처음엔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다. 특히 서로 다른 농구 용어 때문에 웃기도 했다. 임영희는 “패스는 ‘연락’ 박스아웃은 ‘등지기’ 스크린은 ‘차단’이라고 표현해 처음엔 우리말인데도 생소해 웃기도 했다”면서 “이후에는 남측 선수들이 북측 용어를 자연스레 쓰고, 북측 선수들도 영어로 된 우리 용어를 빨리 알아들어 소통에는 문제 없었다”고 했다.

단일팀은 빨리 하나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고 했다. 돌아보니 좀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은빛이 금빛으로 바뀔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단일팀이 되었지만 대표팀은 온전히 하나가 되어 부대끼진 못했다. 북측 선수들은 진천선수촌 훈련 시간에만 볼 수 있었다. 훈련이 끝나면 충북 충주의 모처인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자카르타 선수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다른 동에 머물러 훈련할 때만 볼 수밖에 없었다. “훈련하고 함께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모든 생활을 같이 했다면 단일팀의 호흡이 더욱 잘 맞았을 것 같은데 그런 생활 부분이 아쉽긴 해요.”

그래도 단일팀의 분위기는 밝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똘똘 뭉쳤다. 임영희는 “북측 선수들은 정말 착하고 순수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남측 선수들과 빨리 하나가 돼 장난도 쳤다”면서 “스스럼없이 잘 지냈고, 별 말하지 않아도 모두 잘 따라와줘서 어렵지 않게 후배들을 이끌고 왔다”고 말했다.

마흔이 가까운 임영희는 단일팀에서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흔들리지 않고 늘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공수를 이끌었고, 팀의 주장으로 중심을 잡는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임영희는 “서로를 믿고 플레이를 해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단일팀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임영희는 단일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북측 로숙영에 대해서는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공격력 하나는 정말 좋았다. 센터를 보면서도 외곽도 되고, 스텝을 빼고 슛하는 동작도 뛰어나고 언제라도 득점할 수 있는 공력력이 최강이었다”면서 “다만 북측에서는 혼자서 하는 농구를 해오다보니 조직적으로 하는 팀 전술과 수비가 조금 아쉬웠지만 적응을 더하면 정말 잘 할 것이다. 분명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단일팀으로 보낸 모든 순간이 다 좋았다고 했다. 임영희는 “한반도기를 달고 단일팀으로 훈련하고 경기를 한다는게 뭔가 벅찼다. 한반도기를 들고 우리만을 응원하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응원 구호를 들을 때면 가슴뭉 클했다. 이 모든 순간들이 다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올 여름 단일팀의 뜨거운 추억을 안게 된 임영희는 이날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이달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를 준비한다. 이어 10월에 서울에서 열리는 통일 농구대회에서 다시 북측선수를 만난다. 임영희는 다시 웃으며 만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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