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귀화선수 추진 축구와는 다르다
출처:스포츠서울닷컴|201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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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던 최강희(54) 전 감독은 전력 강화를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에닝요(32)의 특별귀화 추진이었다. 대표팀의 전력 강화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기량이 검증된 에닝요의 발탁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국내선수 보호와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대한축구협회의 에닝요 특별 귀화 신청을 기각했다.



그 후 1년여가 지난 지금, 귀화 선수 논쟁은 농구계로 번졌다. 지난달 농구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여러 국가들의 적극적인 귀화 선수 활용을 피부로 느끼고 난 결과였다. 대회를 3위로 마쳐 16년 만의 월드컵(전 세계선수권) 진출을 이뤄낸 유재학 감독(50)조차 "이제는 귀화 선수 영입을 고려할 때"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전력 강화와 태극마크의 상징성 사이에 놓인 외국인 선수 활용 문제는 그렇게 또다시 논쟁거리가 됐다.

농구계의 고민은 지난해 축구계를 강타한 ‘에닝요 귀화 문제‘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당시에는 에닝요의 합류가 축구 대표팀의 공격 옵션을 더욱 다채롭게 해줄 기폭제로 평가하는 데 그쳤다. 아무리 K리그 최단기간 60골-60도움의 금자탑을 세운 에닝요라도 그가 팀 전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길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11명이 뛰는 축구에서는 선수 한 명의 영향력이 경기 결과를 좌우할 정도까지 이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적잖은 축구팬들 또한 에닝요의 기량 자체는 의심하지 않았지만 ‘굳이 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이번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팀 전력을 극대화해 빛나는 성과를 올리고 돌아온 유 감독의 뼈 있는 한 마디가 울림이 컸는지도 모른다. 대회 현장에서 직접 선수들을 지도하고 전술을 짠 감독이 팀 전력의 한계를 언급하며 귀화 선수의 필요성을 실감했다는데 더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할까. 분명한 건 대회를 치르면서 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귀화 선수들을 활용해 만만찮은 경쟁력을 갖춘 것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종목보다 농구는 특히 높이가 승패를 좌우할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골밑 싸움에서 밀리면 불리한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다른 건 피나는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 해도, 타고난 신장 만큼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이겨내기 어렵다. 5명이 뛰는 농구에서는 선수 한 명의 중요성이 비교적 크다. 그 한 명의 포지션이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는 압도적인 신장의 센터라면 경기 내용과 팀 전술 자체가 바뀔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에닝요 귀화 논란를 관통했던 ‘꼭 필요한 선수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그 주인공이 누가 되느냐다. 여기서 여론이 또다시 갈라질 수 있다. 단지 성적에만 신경쓰다 한국에 별 애정이 없는 선수에게 거액의 돈만 안긴다면 역풍을 맞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활약하던 용병만을 우선적으로 검토하자니 전력 향상 효과가 미미할까 걱정이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간 굳게 닫힌 문이 열릴 것이라 가정한다면 차라리 선택이 편하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첫 시도에 따른 과도한 기대를 줄이고 서서히 거부감을 걷어낸다면 좀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순수 외국인 가운데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품은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브락 라던스키(30)가 좋은 예다. 라던스키는 아이스하키의 최고 무대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활약하진 못했지만 2008년부터 5년째 한국 무대에서 확실한 두각을 나타내며 대표팀 합류 제의를 받았다. 그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진 않아도 한국을 스스로 ‘제2의 고향‘이라 여기며 대표팀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본선에 올려놓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비록 세계 정상급 선수가 아니라도 팀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의 기량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 그를 삐딱하게 보는 시선은 그리 크지 않다.

농구계도 ‘귀화 선수 추진‘이라는 조심스러운 줄타기를 이미 시작했다.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는 건 어렵긴 마찬가지다. 애초부터 쉽게 풀릴 고민이었다면 이미 결정은 내려졌을 것이다. 부디 현장과 여론의 목소리를 두루 귀담아 듣고 농구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내려지길 팬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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