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슈터’ 임동섭(26, 삼성)의 성장이 눈부시다.

서울 삼성은 21일 오후 싱가포르 OCBC 아레나에서 개최된 제 10회 머라이언컵 B조 첫 경기에서 마이티 스포츠(필리핀)에게 87-92으로 분패했다. 삼성은 22일 말레이시아 드래곤즈를 상대로 2차전을 펼친다.

마지막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 접전이었다. 1쿼터부터 3점슛 두 방을 작렬한 임동섭의 손은 뜨거웠다. 필리핀은 NBA출신 알 쏜튼(35점)의 3점슛과 하마디 엔자이(16점)의 골밑슛을 앞세웠다. 삼성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임동섭의 귀중한 3점슛이 터졌다. 이날 임동섭은 3점슛 6/10를 기록하며 22점을 몰아쳤다.

첫 경기를 마친 임동섭은 “새로운 곳이지만 낯선 것은 없다. 최근 슛 컨디션이 좋다. 최근 꾸준히 훈련을 소화하며 컨디션이 올라왔다. 일본전지훈련에서 6경기를 뛰다보니 자연스럽게 슛밸런스가 잡혔다”며 만족했다.

임동섭은 삼성이 내외곽 균형을 찾을 열쇠다. 그의 3점슛이 터져야만 골밑에 쏠린 수비가 외곽으로 분산될 수 있다. 빅맨들의 위력도 더 살아날 수 있다. 임동섭은 “외곽에서 찬스 때 슛을 던져주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수비가 라틀리프나 크레익한테 몰릴 수밖에 없다. 주변에서 ‘삼성은 너무 외곽이 없다’고 하니까 책임감을 느낀다”고 다짐했다.

그간 임동섭의 기복이 심했던 것은 정신적인 문제도 컸다. 어느 덧 프로 5년차를 맞는 그는 상대 몸싸움을 받아칠 수 있는 요령도 생겼다. 임동섭은 드워릭 스펜서와의 신경전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작년에 감독님이 스펜서를 맡으라고 했는데 순식간에 점수를 많이 줬다. 오늘 골을 주더라도 최대한 어렵게 주려고 했다. 신경전도 경기의 일부다. 감독님이 우리가 너무 착하게 한다고 하신다. 이제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같이 강하게 한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임동섭은 확실한 목표가 더 있다. 태극마크다. 그는 프로농구에서 손꼽히는 슈터로 성장했지만 국가대표 예비명단 24인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수비수를 달고 쏠 수 있는 장신슈터는 국제무대에 언제나 필요하다. 임동섭이 지금처럼만 터져준다면 국가대표 발탁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임동섭은 “몰텐공이 나랑 잘 맞는다. 농구하는 선수라면 누구나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이 있다. 난 아직 멀었다. 내가 잘했다면 (발탁)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언젠가 한 번 할 수 있도록 목표를 두겠다”며 허재 대표팀 감독에게 어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