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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인간' 정대세
출처:풋볼리스트|20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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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세는 욕심이 많아서 우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일본 가와사카시에서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은 다큐멘터리 영화 ‘TESE’를 봤다. 영화는 재일교포 3세인 강성명 감독이 같은 재일교포 3세인 정대세를 3년 반 동안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기록이었다. 영화에는 당시 그리고 지금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자연인 정대세가 나왔다. 축구선수 이전에, 축구선수라는 정체성에 갇히지 않은 정대세가 가득하다. 필름 속에서도 정대세는 운다. 중학교 체육대회를 앞두고도 울었고,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도 울었다. 그래서 강 감독에게 물었다. 정대세가 자주 우는 이유를 알고 있느냐고. 강 감독의 답은 간단했다.

“정대세는 단순한 인물이다. 무언가 얻고 싶어서, 주목 받고 싶어서 우는 것 같다. 정대세는 멋지게 보이고 싶은 한국과 일본의 여느 젊은이와 똑같다. 정대세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통해 단순한 개인이 복잡한 사회 상황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에서 봤듯이 인간 정대세는 복잡하지 않다.” 강 감독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오해하는 국적 문제에 대해서도 답을 시원하게 냈다. “재일조선인들은 국적이라는 문제에서 생각보다 매우 자유롭다. 국적은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한다. 모든 이들에게 당연한 국적이 우리에겐 당연하지 않은 셈이다.”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되지 못했지만, 정대세는 2013년부터 2015년 7월까지 한국에서 뛰었다. 수원삼성에서 72경기에 출전해 23골을 뛰었다. 정대세는 한국에서 결혼했고, 아들 태주도 얻었다. 축구선수 정대세는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인간 정대세는 완벽히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고발을 당하기도 했고, 몇몇 네티즌들의 악성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들은 인간 정대세 보다는 정대세가 어떤 ‘유니폼’을 입었느냐에 주목했다. 시미즈S펄스로 이적한 이후에는 그를 향한 원론적인 비난이 더 늘어났다. 그가 입었던 유니폼 자체로 그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맨얼굴’이었다.

시미즈의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정대세를 만났다. 문을 열고 나타난 정대세는 반년 전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초밥 머리’를 그대로 유지한 정대세는 인간으로서, 아빠로서, 축구선수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솔직하게 말했다. 정대세는 강 감독의 표현처럼 복잡하지 않았다. 단순하고 명료했다. 인터뷰 마지막에 몇 년 동안 묻고 싶었던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정말 욕심이 많아서 우느냐고 물었다. 정대세는 돌아가지 않았다. “맞다. 욕심이 많아서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았다. 아이가 생기니 모든 걸 보는 각도가 달라졌다. 어깨에 힘을 뺐다.”

아래는 정대세와의 인터뷰 전문.

#1. 선수 정대세

-오랜만이다. 잘 지내고 있나?

일본 생활은 편안하다. 시즈오카라는 도시는 조용한 도시다. 아내와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J리그 복귀 이후에 축구는 어떤가?

재미있었다. 한국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한국에서는 90분이 끝난 이후에 이기니까 재미있었다. 시미즈에서는 경기 내용이 재미있다. 일본은 미드필더 선수들이 공격적이고 패스를 잘한다. 공격수가 공을 받는 기회가 많아서 경기에 참가하는 기분이 든다. 흥분되는 느낌도 있고,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기 위해 머리도 많이 쓴다. 그런 부분이 재미있다. 물론 90분 경기가 끝난 후에 결과가 좋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도 있다.

-시미즈는 강등을 피하기 위해 정대세를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강등됐다. 올 시즌 목표는 분명하다

승격해야 한다. 내 커리어도 그게 좋다. 2부 리그에서 1년 만에 올라가면 J1에서도 우승하고 그러는데 1년 안에 못 올라가면 상당히 어려워진다. 1부에 잔류하는 것보다 2부에서 1부로 승격하는 게 더 어렵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스폰서나 그런 부분에서도 수입이 줄기 때문에 나도 이 팀에 머물기가 쉽지 않다. 나는 연봉이 높은 편이다. 올 시즌에 승격하지 못하면 팀에서 나가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1부로 올라가야 하는 많은 이유가 있다.

-13경기 4골을 넣었다. 개인적으로는 준수한 활약 아니었나

잘한 것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했다. 나는 연봉이 세니까 더 잘했어야 한다. 팀은 나를 외국인 선수 개념으로 데려온 것이다. 승리를 이끄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골은 적어도 5골 정도 넣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수원에서 잘하다가 이적했다. 정대세가 있었다면 수원이 전북과 우승경쟁을 더 펼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내가 있었어도 수원이 우승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웃음). 수원은 수원이 거둘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다. 2위를 하지 않았나. 내가 있을 때도 전북과 맞대결하면 계속 졌다. 전북이 다른 팀에 지면 우리도 졌다. 내가 있었더라도 우승은 어려웠을 것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MVP다. 염기훈 형이 정말 미친듯한 활약을 했다. 기훈이형 덕분에 나도 골을 많이 넣었다. 전북에서도 기훈이형보다 잘한 선수는 없지 않나. 이재성도 잘했지만, 염기훈의 빛나는 모습을 초월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원 동료들과는 연락하고 지내나?

정성룡과는 많이 한다. 오범석은 같은 또래니까 친하고, 기훈이형하고도 연락한다. 지난 시즌 끝나고 회식할 때, 나도 참석했다. J리그가 한 주 먼저 끝났다. 마지막 경기를 직접 보고, 선수들과 회식도 했다.

-K리그에서, 수원에서 보낸 2년 6개월은 어땠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내와 예쁜 아이를 얻었으니 행복했다. 수원에서도 마지막 시즌에 잘하고나왔기 때문에 좋았다. 일도 많긴 했다. 몇몇 네티즌들의 원색적인 댓글에 스트레스도 받고, 고소도 당했다. 나는 견디면 그만이었는데, 구단은 좀 힘들지 않았겠나. 구단 쪽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힘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TV 출연을 못하게 했다. 일단 떠들썩해지는 걸 피하려 했던 거다. 런닝맨에서도 3~4번 출연제의가 왔는데 하지 못했다. 결국 일본에 와서 출연했다(웃음). 한국에서 그런 부분(TV출연, 광고)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수원 생활이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앞서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코치랑 10번 이상 싸웠다. 당연히 내게 큰 원인이 있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하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과적으로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팀 분위기를 망쳤기 때문에 죄책감도 있었다. 인간적으로도 내가 사회부적응자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차라리 외국인이었다면 나았을 거다. 그런데 나는 다 알아들으니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일본에 오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맹활약한 게 기억에 남는다. 서울과 경기가 그립지는 않나

서울과는 뛰고 싶다. 그런데 서울과 붙으려면 수원 소속으로 해야 한다. 거친 김진규가 있어서 재미있었다(웃음). 당시에는 더 이상 경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돌아보니까 재미있다. 경기할 때는 화도 많이 났었다. 김진규는 상대해보면 거칠고 그런데, 우리 팀 동료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다(웃음). 김진규와는 최근에 통화도 한 번 했다. 일본에는 그런 거친 경기가 없다. 물론 독일에서는 분데스리가에 올라가니 모든 경기가 긴장감 있었다. 바이에른뮌헨과 붙으면 관중이 많아서 긴장감이 정말 컸다.

 

 

#2. 인간 정대세

-이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아들은 잘 크나

잘 크고 있다. 정말 예쁘다. (질문: 아들이 태어난 후 집에서의 생활도 바뀌었나?) 요즘은 저녁 9시에 잔다.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웃음).

-헤어스타일도 그대로다. 일명 ‘초밥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하(웃음). 이 헤어스타일을 하고 수원에서 잘나갔다. 그래서 계속 간직하고 있다.

-오랫동안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다. 강성명 감독 말처럼 욕심이 많아서 울었던 건가? 영화를보니 중학교체육 대회 날도 울고, 대표팀 경기에서도 울더라.

하하하(큰 웃음). 진짜 딱 맞는 말이다. 다큐멘터리는 창피해서 못 봤다. 내가 출연하는 영화나 다큐는 창피해서 못 본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가?

이제 느긋해졌다. 여유가 생겼다. 진짜 그때는 성공이 간절했다. 나름대로 성공했었다. 유럽에도 진출했고, 관심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았다. 아까 기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욕심이 많았다. 더 위로만 가고 싶었다. 욕심이 컸다. 그러니까 독일에서도 만족할 수 없었다. 그때는 가장 중요한 게 성공이었다. 사실 한국으로 갈 때 유럽과 다른 곳에서도 오퍼가 있었다. 그런데 외로웠다. 당시에는 약혼도 취소됐고, 혼자 외국에서 버틸 자신이 없었다. 돌아보면 한국에 간 게 인연인 것도 같다. 한국에서 예쁜 아내와 귀여운 아이를 얻었다. 마지막에는 선수로서도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좋은 기억만 가지고 나왔다.

-아빠가 되면서 바뀐 것인가?

결혼하면서 많은 게 바뀌었다. 일찍 결혼했어야 했나(웃음). 가장 좋은 것을 얻은 뒤로 모든 것을 보는 각도가 바뀌었다. 욕심도 많이 없어졌다. 지금은 가장 중요한 게 가족이다.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어깨에 힘을 풀고 뛰니까 축구도 더 잘 되는 것 같다. 지금도 아이가 보고 싶다. 정말 이런 부분이 크다.

-J리그로 이적하면서 전지훈련 기간이 준 것도 좋았을 것 같다

정말 좋다. 너무 좋다. 작년에 말라가에서 3주 정도 있었다. 가족들을 못 보는 시간이 길었다. J리그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서 좋다. 아내는 지금도 아이를 혼자 보고 있을 거다(웃음).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전지훈련 차이를 언급했다. 일본은 전지훈련에서도 행사를 많이 하더라

(두 리그는) 팬의 위치가 다른 거다. K리그는 기업위주다. 예전부터 이기면 되는 분위기였다. 이기면 모기업에서 돈을 준다. 일본은 모기업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수입이 없으면 팀을 운영할 수 없다. 네 개의 기본적인 수입인 중계권료, 입장수익, 상품판매수익, 스폰서수입을 종합적으로 고려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인기다. 인기가 있어야 스폰서도 붙고 관중도 온다. 오늘 가고시마에 왔는데 오늘 하루만 행사 4개를 했다. 힘들지만, 해야 한다. 팬들과의 교류가 없어지면 외롭고 섭섭하다. 한국에서는 이벤트를 스폰서를 위해 했다. 일본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시미즈는 강등 당했는데도 열기가 높다. 두 리그에서 모두 선수로 뛰어보니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물론 한국은 승부욕과 간절함이 뛰어나긴 하다. 모든 생활이 축구에 맞춰져 있으니,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잘 보이는 면도 있다.

-나이가 서른을 훌쩍 넘었다. 선수로서 마무리도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데

예전에는 유럽을 향해서 뛰었다. 성공을 위해서. 이제 길게 뛰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축구선수로 사는 게 즐겁다. 그리고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좋다. 축구선수는 다른 직업에 비해 돈을 많이 벌지 않나. 가족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되도록 길게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은퇴 후 지도자 생활도 고려하고 있나? 정대세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제2의 인생도 고민 중이다. 그래도 결국은 지도자인 것 같다. 그라운드를 떠나면 외롭지 않겠나. 은퇴를 아직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팬들의 함성이 있는 현장으로 돌아오고 싶을 것 같다. 그때 좋은 오퍼가 오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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