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분데스리가 최고의 선수는 카가와 신지였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한 때’에 불과했다. 무섭게 급성장한 손흥민(22, 바이엘 레버쿠젠)은 분데스리가 아시아 최고 선수의 자리를 넘어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손흥민은 18일 밤 10시 30분(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서 열린 슈투트가르트와의 2014/2015 독일 분데스리가 8라운드에서 2골 1도움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3-3 무승부를 이끌었다.

경기 휘슬이 울리며 그의 쇼는 펼쳐졌다. 전반 4분 키슬링의 드리블이 흐른 것을 놓치지 않고 잡은 손흥민은 침착하게 수비와 골키퍼를 제친 후 침착한 슈팅으로 선제 득점을 성공시켰다. 좋은 기회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더욱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내는 침착함이 빛났다.

6분 후인 전반 10분에는 엄청난 득점이 터졌다. 상대 골키퍼의 킥 실수를 가슴으로 받아낸 손흥민은 지체 없이 발리 슈팅을 시도했고,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아름다운 궤도를 그리며 슈투트가르트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아쉽게 해트트릭의 기회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전반 11분 수비수의 공을 뺏어낸 손흥민이 시도한 로빙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은 후 골라인 아웃 됐다. 비록 해트트릭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그는 전반 41분 벨라라비의 득점을 도우며 전반에만 공격포인트 3개를 기록하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한 경기에서 2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이로서 8경기서 4골을 기록하며 6골을 넣은 마리오 괴체(바이에른 뮌헨), 5골을 넣은 오카자키 신지(마인츠05), 막스 크루제(보루시아 뮌헨글라드바흐)에 이어 득점 순위 공동 4위에 올랐다. 시즌 전체로 보면 벌써 8골이다. 지난 시즌 총 12골을 뽑아낸 손흥민은 올 시즌 득점 레이스가 지난 시즌보다 훨씬 빠르며 시즌 최고 기록 경신은 물론 득점 순위에 오를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

손흥민의 맹활약은 분데스리가의 최고 선수로 빛났던 카가와 신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카가와는 2010/2011, 2011/2012 두 시즌간 도르트문트에서 총 29골을 터트리며 분데스리가 베스트 일레븐 등 굵직굵직한 상을 수상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향했다. 그러나 잉글랜드 무대에서는 적응에 실패했고, 올 시즌 야심차게 도르트문트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전에서 득점을 올린 후 그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퀼른과의 이번 라운드에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카가와는 경기 후 독일 ‘빌트’로부터 평점 5점(분데스리가는 활약이 저조할수록 평점이 높고, 평점은 1점부터 5점까지다)을 받는 굴욕을 얻기도 했다. 손흥민의 ‘빌트’ 평점은 2점, 팀 내 최고 평점이었다.

이제는 명실상부 한 팀의 에이스다. 손흥민이 시즌 초반의 기세를 꾸준히 이어가 카가와가 잠시써내려 갔던 분데스리가의 아시아 돌풍을 태풍으로 바꿔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