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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은 ‘제1의 이창민’이고 싶다
출처:베스트 일레븐|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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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은 이번 시즌 K리그에서 가장 핫한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이다. 이제 겨우 스물 네 살의 선수가 상위권 팀 제주 유나이티드의 대권 도전을 이끌고 있다. 미드필드 선봉에 서서 수비 숲을 헤치거나, 억척같은 수비로 상대 예봉을 꺾는 모습에선 소년 장수의 기개가 느껴진다.

여유도 늘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팀에서 두 시즌 이상을 보내게 된 덕택이다. 2014년 부천 FC 1995에 자유 계약으로 입단하자마자 경남 FC로 임대 이적했고, 이듬해엔 전남 드래곤즈에서 역시 임대로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23세에 이미 네 번째 프로 클럽인 제주로 이적했다. 이창민은 주황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한 팀에서 두 번째 시즌을 나고 있다. 지난해에 21경기에 출전하며 적응을 마쳤고, 제주 2년 차에 리그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시즌 초부터 대단했다. 처음으로 출전한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보인 활약은 놀라웠다. 제주의 H조 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감바 오사카를 상대로 두 골을 넣으며 한국 축구의 자부심을 적지에서 드높였고, 조별 라운드 5차전에서 중국 슈퍼리그 강호 장쑤 쑤닝을 꺾는 쐐기 골을 터트리기도 했다. 제주는 조별 라운드에서 거둔 3승 중 2승을 이창민의 득점으로 수확했다.

아시아 무대에서 강팀을 상대로 입증한 실력을 리그에서도 이어갔다. 이번 시즌 이창민은 리그에서 제주가 치른 24경기 중 19경기를 소화했다. 아직 14경기나 남았는데 지난 시즌 출전 기록에 다가선 셈이다. 그리고 한 시즌 최다인 다섯 개의 공격 포인트(2골 3도움)를 올렸다. 한 개만 더 추가하면 커리어 하이를 찍게 된다.

새로운 팀에서 두 시즌 만에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그 발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며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이창민은 10일 오후 제주 클럽 하우스에서 <베스트 일레븐>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 아무리 잘했던 경기라도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다”라며 손 사레를 쳤지만 “그래도 작년에 비해 기회가 늘어서 그런지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다보니 내용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붙었다. 발전한 건지는 모르겠다(웃음)”라고 이번 시즌 발전상을 돌아봤다. 더 구체적으로 “지난 시즌보다는 낫다고 본다. 자신감이 붙으니 작년에 부족했던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아쉬움이 자연스레 채워지는 듯하다. 사소한 패스 미스는 줄고 슛은 늘었다”라며 아직 진행 중인 자신의 2017년을 평가했다.

이 같은 이창민의 성장세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그가 바뀐 제주의 시스템 속에서 스스로를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이창민은 2016시즌에 4-2-3-1 포메이션에서 더블 볼란치로 주로 출전했다. 또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와 발을 맞추며 공수를 분담했다. 그렇지만 올 시즌은 3-5-2, 더 엄밀히 분류하면 3-4-1-2의 2선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생소한 중책을 완벽에 가깝게 수행해내고 있다. K리그에서 플랫 3를 메인으로 쓰는 팀은 제주를 비롯해 수원 삼성과 전남 정도인데, 이중에서도 2선 1자리에 해당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전문적으로 기용하는 클럽은 다미르를 쓰는 수원과 제주로 압축된다. 전남은 3-4-1-2보다는 3-4-3 혹은 두 명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김영욱·유고비치)와 한 명의 볼란치(현영민)를 쓰는 3-5-2를 주로 쓴다.

 

 

이창민은 3-4-1-2라는 생소한 토양에서도 무리 없이 싹을 틔우고 있다. 시즌 전 동계 훈련 때도 마르셀로가 있었기 때문에 4-2-3-1의 볼란치를 자주 봤던 그다. 다만 두 볼란치 중 공격적으로 나가는 역할은 거의 이창민 쪽이었다. 이는 이창민이 지닌 공격적 재능이 남달라서인데, 조성환 제주 감독이 그를 한 칸 올려 과감히 활용할 수 있는 주된 이유기도 하다. 이창민은 “볼란치를 볼 때도 공격적으로 하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다. 지금보다는 위치가 안정돼 굳이 모험을 부릴 필요가 없는 자리였다. 올해는 한 칸 위에서 뛰다 보니 더 도전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것 같다. 뒤에 수비력이 뛰어난 미드필더가 많고, 형들로부터 패스가 들어올 거라는 믿음도 강하다. 특히 (윤)빛가람이 형에게 그런 걸 느낀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후배 사이라 서로 스타일을 잘 안다”라고 전술적 변화에 따른 느낌을 언급했다.

올 시즌 이창민은 달라진 역할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사실 편했던 건 4-2-3-1의 볼란치였다. 조금은 더 아래로 처져 상대 진영을 조망할 수 있어서다. 스스로도 한때 익숙한 포지션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에 젖어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지금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생활을 누구보다 즐긴다. 이창민은 “이 자리도 재미있다. 작년에도 조금씩 1자리를 맡았었는데 올해 크게 늘었다. 지금은 오히려 밑(볼란치)에 서라고 하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웃음)”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이창민에게 적극적으로 슛을 때릴 것을 주문한다. 리그 최상급의 슛 능력을 모셔두는 건 아깝다. 직접 골로 연결시킨 건 두 번에 그치지만 그의 슛으로 말미암아 생긴 세컨드 볼 찬스와 득점 상황이 적지 않다. 이창민은 “슛은 아무래도 자신 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다보니 고등학교 때도 연습을 유독 많이 했다. 올해 더 자신감이 생겼다. 시즌 초부터 좋은 슛이 나오다보니 계속 시도하게 된다. (잘 때린 슛이 나올 때) 형들이 ‘실화냐’며 놀리기도 한다(웃음)”라며 올 시즌 들어 양질의 슛이 양산되는 이유를 풀이했다.

다신 돌이킬 수 없는 이창민의 ‘스물 넷’은 남 부럽지 않게 흐르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이라크-카타르 2연전을 앞두고 생애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이창민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기분은 좋았다. 그러나 경기에 나서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다. 꿈의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었는데 이라크전에선 몸만 풀고 나가지 못했다. 사이드 라인에서 준비하고 있길래 (황)일수 형이 ‘창민이가 데뷔전을 치르겠구나’하고 부러워했는데 결국 형이 먼저 데뷔했다(웃음). 한국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며 분위기가 처져 있었지만 나로선 좋은 경험이었고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라고 당시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태극마크 무게를 간접 경험한 소회를 밝혔다.

선수라면 누구나 국가대표를 꿈꾼다. 그러나 마음의 준비 없이 막연히 꿈만 꾸는 이와 자신의 현주소를 잘 알고 매사에 바지런히 칼을 갈아 두는 이는 출발선부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창민 역시 태극마크를 갈망하지만 일단은 소속 팀에 충실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자신에게 5점을 줬고, 지금도 딱 그 정도인데 남은 14경기에서 제주가 거둔 결실에 따라 자신에 대한 평가가 5점이 10점이 될 수도, 아니면 1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창민은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다. 갈 길이 남아 있다. 태극마크는 항상 꿈꾸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공격수와 연계하는 장면에서 공을 좀 더 소유하거나, 가끔은 호전성을 제어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 현재 포지션 때문에 공격적으로 하라는 주문을 받긴 하는데 너무 도전적으로 플레이하다 굳이 안 해도 될 실수를 해버린다. 두 가지(공격과 수비)를 모두 충족시키는 게 쉽지가 않다. 팀적으로는 남은 경기를 다 이겨서 우승 경쟁을 해보고 싶다. 시즌 목표를 딱히 공격 포인트로 설정하지는 않는 편이라 한 시즌이 끝났을 때 작년보다 발전했다는 걸 느끼고, 그런 평을 듣는 게 목표다”라고 남은 시즌에 대한 목표치를 밝혔다.

그러나 ‘낭중지추’라고 했다. 주머니 속 송곳의 날카로움은 제 아무리 두터운 호주머니를 찬다 하늘 숨길 수가 없다. 이창민이라는 송곳도 날로 예리함을 더해가고 있다. 어느 시점이면 분명 목표물에 도달하고 말 물건이다. 하지만 아직은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다. 이창민은 “물론 뽑혀서 대표팀에 가게 되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더 노력해야 한다”라고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언급했다.

흔한 말로 제2의 기성용이나 제2의 구자철 등 타인의 명성에 빗댄 수식어가 아닌, 제1의 이창민을 꿈꾸는 이창민이다. ‘이창민’이라는 이름 석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확실한, 그런 선수 말이다. 이창민은 “내 자리에서 좀 더 무게감을 갖춰야 대표팀에 들 수 있다. 기성용 선수처럼 이 자리하면 이 선수라는 인식, 그런 게 (내게) 아직은 없다. 그래서 지금보다 임팩트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야 한다. ‘미드필더하면 이 선수’라는 각인이 찍힐 수 있게끔, 내가 나를 평가하기보다 주위에서 이 자리하면 ‘이창민’이라는 얘기가 나오게끔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쓸만한 모조품이 아닌 써야만 하는 진품이 될 자격, 지금 페이스로 꾸준히 항해를 거듭한다면 충분히 될 수 있는 역량과 가능성을 이창민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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