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둔 다음날. 가을야구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시점에서 kt 위즈와 SK 와이번스의 사령탑 거취 관련 발표가 있었다.

LG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린 지난 12일. 이날 오전에는 kt와 SK가 차례로 구단 보도자료를 돌렸다. 내용은 조범현, 김용희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것. kt의 경우 후임 사령탑 관련 보도까지 이어졌다. LG와 넥센의 준플레이오프에 대한 관심은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가을야구가 한창인 시점에서 포스트시즌 탈락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팀들의 사령탑 거취와 관련된 뉴스가 나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kt의 차기 감독 하마평에 오른 김진욱 해설위원은 지난 2011년에도 SK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리기 직전 두산 베어스의 감독으로 선임돼 그 사실이 발표됐다.

감독 선임 발표는 포스트시즌을 피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구단 간의 불문율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 불문율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012년에는 한화가 김응용 감독의 선임 소식을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당일 발표했다. 당시 한화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는 시점, 그것도 첫 경기를 앞두고 메카톤급 감독 영입을 발표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4년는 포스트시즌만큼 각 팀의 새 사령탑 선임 소식이 많은 관심을 얻었던 해다. 가장 먼저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선동열 KIA 감독의 재계약(선 감독은 이후 사퇴)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 SK 김용희, 두산 김태형, 롯데 이종운, 한화 김성근, KIA 김기태 감독의 선임 소식이 포스트시즌 기간 중 차례로 뉴스 란을 도배했다.

지난해에는 롯데가 이종운 감독의 경질, 조원우 감독의 선임 소식을 정규시즌이 끝난 다음날 발표했다. 하지만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사령탑들이 많은 올 시즌은 또 다시 포스트시즌 기간 중 감독들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을야구는 프로야구 최고의 축제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도를 분산시킬 수 있는 감독 선임 발표는 포스트시즌을 피해야 한다는 불문율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구단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포스트시즌이 끝나기를 기다리려면 새 시즌 준비가 늦어지게 되고, 정규시즌이 끝나고 포스트시즌 시작 전까지는 시간이 거의 없어 촉박하다.

각 구단의 사령탑 교체 소식이 가을야구의 또 다른 재미라는 시각도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구단들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해당 팬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