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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생명연장' 키워드, 공존했던 변칙과 안정
출처:엠스플뉴스|201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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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잠실구장에서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당연히 KIA가 느낀 압박감이 더 컸다.

‘광주행’을 찍기 위해선 단 1패도 허락되지 않았다. 벼랑 끝에서 탈출할 방법은 2연승뿐이었다. 게다가 상대해야 할 LG 선발투수는 데이비드 허프였다. 올 시즌 허프의 KIA전 성적은 2경기 등판/2승/9탈삼진/평균자책 1.26/피안타율 0.180으로 완벽에 가까웠다.

뻔한 시나리오로는 이미 짜진 판을 흔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신의 한 수’가 필요한 KIA였다. 난공불락이었던 허프를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변칙이 필요했다. 그리고 KIA가 선택한 변화는 제대로 통했다. 브렛 필의 2번 전진 배치와 포수 한승택의 선발 출전은 분명히 예상치 못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변칙으로만 승리를 장담할 순 없었다. 동시에 안정이라는 요소도 잡아야 했다. 수비에서는 김선빈이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비록 막판 뜬공 처리에 아쉬움을 남겼지만, 두 번의 어려운 병살타 처리는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운드 안정 역시 필수였다. 이날은 마운드의 시작과 끝이었던 헥터 노에시와 임창용이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이렇게 변칙과 안정이 공존한 KIA의 하루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1차전을 4-2로 승리한 KIA는 오히려 2차전에서 심리적인 우위를 가진 상태다. 더불어 1차전에서 아낀 양현종을 2차전 선발투수로 등판시킨다. 이젠 LG가 받는 압박감이 더 커졌다. 과정이 나쁘지 않았기에 1차전 승리가 더욱 빛난 KIA였다. KIA의 ‘생명연장’을 가능케 한 결정적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강한 2번’ 필이 차린 가을 밥상





허프란 존재는 KIA의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좌완투수로서 구속과 변화구, 그리고 제구까지 모두 갖췄기에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KIA 박흥식 타격코치는 이날 경기 전 “여태까지 본 외국인 투수 중에 가장 좋은 선수다. 제구가 워낙 좋으니 타자들이 어려워한다. 갑자기 흔들리는 시점도 거의 없어서 공을 기다리기도 모호하다. 많이 흔들어 놓으면서 허프가 5회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데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어려운 승부를 예고했다.

결국, KIA는 허프가 있는 마운드를 균열 내기 위해서 승부수를 던졌다.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을 2번 타순에 배치한 것이다. 필은 올 시즌 2번 타순에서 불과 5타석만 들어섰다. 게다가 필은 최근 정규시즌 5경기에서 타점 없이 타율 0.188(16타수 3안타) 4삼진으로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필의 결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필을 2번 타순까지 끌어올려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김 감독은 “원정 경기에다 강한 투수인 허프를 상대해야 한다. 필을 2번으로 올려서 번트 없이 처음부터 강하게 몰아붙이겠다. 만약 필이 5타석을 오늘 소화한다면 이겼다는 거 아니겠냐”라며 빙긋 웃었다.

결과적으로 필의 전진 배치는 대성공이었다. 김 감독의 말처럼 5타석은 아니었지만, 필은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다. 필은 4회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해 선취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2-0으로 앞선 6회에도 선두로 나와 추가 득점으로 연결된 2루타를 날렸다. 2안타 모두 허프의 바깥쪽 공(4회 132km/h 체인지업/6회 146km/h 속구)을 절묘하게 밀어쳐서 나온 장면이었다.

시즌 막판 부진에 빠졌던 필을 2번으로 올린 김 감독의 역발상은 성공적이었다. 필은 선구안이 좋지 않아 빠른 승부를 즐긴다. 오히려 전진 배치된 것이 필의 부담감을 덜어낸 모양새였다. 필의 뒤로 김주찬-나지완-이범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있기에 투수들도 더욱 적극적인 승부를 겨룰 가능성이 크다.

2차전에서도 가을 밥상을 차리는 필이 될진 미정이다. 김 감독은 1차전 승리 후 “필이 출루와 함께 장타까지 날려 맹활약했다. 결과적으로 잘 됐지만 사실 정상 타순은 아니었다. 내일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다시 라인업의 변화를 시사했다. 분위기를 탄 ‘강한 2번’ 필을 그대로 놔둘지, 혹은 또 새로운 묘수를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22살 군필’ 한승택의 레이저 송구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명단에서 주목됐던 점은 포수진이었다. 정규시즌에서 주로 마스크를 쓴 이홍구가 빠지고, ‘베테랑’ 이성우와 ‘신예’ 한승택이 포함된 것이다. 김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많아 봤자 2경기기에 포수 2명만을 넣었다. 이홍구의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았기에 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선발 마스크는 경험이 많은 이성우가 쓸 것으로 주로 예상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성우 대신 한승택을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선발 포수로 내세웠다. 또 하나의 파격적인 결단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한승택의 최근 경기력이 좋아 보였고, 시즌 최종전이었던 한화전에서 활약이 인상 깊었다. 이성우는 경기 후반부 필요한 상황에서 넣겠다”고 전했다.

‘22살’의 어린 포수의 첫 가을야구 임무는 막중했다. 패배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 상황에서 팀의 에이스와 호흡을 맞춰야 했다. 그리고 한승택은 그 부담감을 떨쳐낸 반전 활약으로 김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9회 마지막 순간까지 마스크를 쓰고 팀 투수들과 호흡을 잘 맞췄다. 헥터도 승리 후 한승택과의 호흡에 대해 “공 배합이 좋았다. 한승택이 인코스와 아웃코스에 자리를 잘 잡아줘서 투구에 도움이 됐다. 덕분에 제구도 잘 됐다”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특히 8회 한승택의 ‘레이저 송구’는 팀을 위기에서 구한 결정적 순간이었다. 4-1로 쫓긴 8회 무사 1, 3루에서 고효준의 폭투가 나와 공이 1루 더그아웃으로 멀리 굴러갔다.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고, 1루 주자 유강남도 3루를 노렸다. 조금이라도 송구 타이밍 혹은 방향이 어긋났다면 무사 3루로 이어지는 위기였다. 하지만, 한승택은 1루 더그아웃 앞에서 3루 베이스까지 완벽한 궤적의 송구를 던졌다. 넉넉한 태그아웃이 되면서 분위기는 다시 KIA로 넘어왔다.

타석에서도 가능성을 엿봤다. 한승택은 허프를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파울 홈런을 한 차례 날리기도 했다. 확실히 공수에서 여러모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한승택이었다. 한승택은 한화에 입단한 2013년에 곧바로 경찰청 입대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용규의 FA 보상 선수로 KIA의 유니폼을 입었다. ‘22살 군필’ 포수의 가을야구 활약은 KIA 팬들을 충분히 설레게 할 만한 장면이었다.

‘작은 거인’이 세운 통곡의 벽



이종범 MBC SPOTS+ 해설위원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실책이 나오는 팀은 무조건 진다”고 강조했다. 김선빈과 오지환의 대비된 수비는 1차전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이유였다. 오지환은 선취 득점을 내주는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반면, 김선빈은 두 차례 병살타 처리 호수비로 상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선빈은 9월 말 상무에서 제대 후 곧바로 1군에 합류했다. 팀의 취약점이었던 유격수 자리에는 김선빈이 절실했다. 기대한 만큼 김선빈의 몸 상태는 점점 좋아졌다. 방망이는 여전히 날이 섰고, 수비도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감을 찾았다. ‘캡틴’ 이범호도 이번 가을야구에서 미칠 선수로 김선빈을 계속 꼽을 정도였다.

이날은 수비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한 김선빈이었다. 2루 베이스와 유격수 사이는 LG 타자들에게 ‘통곡의 벽’과 같았다. 2회 유강남과 4회 채은성의 날카로운 안타성 타구는 김선빈의 다이빙 캐치에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동시에 병살타로 연결돼 이닝이 마무리됐다. 패장 LG 양상문 감독이 꼽은 가장 아쉬운 순간 역시 김선빈의 두 차례 호수비였다.

이종범 위원은 ‘센터 라인’ 수비 안정에 미치는 김선빈의 존재감을 칭찬했다. 이 위원은 “가을야구를 앞두고 김선빈과 안치홍이 합류하면서 KIA의 ‘센터 라인’ 수비가 질적으로 달라졌다. 확실히 김선빈의 존재는 수비의 차이를 만든다. 잘 맞은 땅볼 타구를 기막힌 다이빙 캐치로 잡았다. 안정적인 풋 워크와 재빠른 후속 동작, 그리고 타구를 향한 첫 움직임이 상당히 좋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한 ‘뜬공 트라우마’는 아쉬움을 남겼다. 김선빈은 8회 대타 이병규의 평범한 뜬공을 놓쳐 위기를 자초했다. 이 위원은 이와 관련해 팀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이 위원은 “김선빈의 치명적인 약점은 뜬공 처리다. 직접 물어보니 뜬공이 나오면 하늘에 공이 10개로 찢어져서 보인다더라. 좌익수나 3루수가 조금 더 백업을 가서 확실한 ‘콜 플레이’를 해줘야 한다. 팀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헥터의 ‘옆구리 강타’와 임창용의 ‘격한 세리모니‘



부담감이 컸던 탓일까. 1차전 선발투수 헥터의 1회는 절대 쉽지 않았다. 1회에만 던진 30구의 투구 수가 이를 잘 보여줬다. 허프와의 초반 기 싸움에서 약간 밀리는 모양새였다. 그나마 선취점 허용 없이 1회를 마쳤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팽팽한 투수전의 흐름에서 의외의 변수가 나오는 듯했다. 3회 헥터가 김용의의 강습 타구에 옆구리를 맞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타자 주자를 아웃시켰지만, 헥터는 옆구리 통증을 호소했다. KIA 벤치에는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행히 큰 이상이 없었던 헥터는 투구를 재개했다. 

악재가 될 것 같았던 헥터의 ‘옆구리 강타’는 오히려 분위기 반전으로 이어졌다. 3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헥터는 중계 카메라를 향해 능청스럽게 옆구리가 아프다는 시늉을 했다. 이런 헥터를 보고 팀 동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팀 전체가 경기 초반보다 긴장이 풀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타구에 맞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래도 타자를 아웃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1루에 공을 던지고 안도한 뒤 계속 호흡을 가다듬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공교롭게도 팀 타선은 곧바로 이어진 4회 공격에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KIA는 3회 브렛 필과 나지완의 연속 안타로 2사 2, 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안치홍의 땅볼 타구를 오지환이 놓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헥터의 옆구리 강타 후 곧바로 분위기가 KIA로 넘어갔다.

헥터도 더욱 힘을 냈다. 몸이 점점 풀리기 시작한 헥터는 평소보다 속구 비중을 높여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이날 헥터가 던진 총 98구 중 속구의 개수는 60개였다. 최고 구속 151km/h의 속구에 LG 타자들의 방망이는 힘을 못 썼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헥터는 7이닝 5피안타 3탈삼진 1볼넷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1차전 데일리 MVP는 당연히 헥터였다.

마무리 임창용의 ‘격한 세리모니’도 눈길을 끌었다. 평소 감정 표현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임창용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마무리 투수의 숙명답게 4-2로 앞선 9회 무사 1루에서 임창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히메네스를 병살타로 유도한 임창용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에는 두 팔을 번쩍 들고 웃음 지었다.

“파란 유니폼만 입고 가을야구를 하다가 빨간 유니폼을 입고 오르니 기분 남달랐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다 중요한데 긴장감 속에서 공을 던지는 게 행복하다. 등판할 기회를 만들어준 팀 동료들에게 고맙다. 지면 끝이었기에 무조건 막고 싶었다. 팔이 빠지더라도 막고 싶었다.” 임창용의 말이다.

대기록도 동시에 작성됐다. 이날 만 40세 4개월 6일이었던 임창용은 최고령 포스트시즌 세이브 투수가 됐다. 종전 기록도 임창용의 38세 5개월 3일(2014년 11월 7일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었다. 타이거즈 소속으로 포스트시즌 세이브는 1997년 10월 23일 LG와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무려 6,927일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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