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룽 아닌 김철욱… 코리안드림 이루다
출처:국민일보|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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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이름은 우디룽(吳迪龍)이었다. 중국 하얼빈에서 태어난 키다리 소년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벌써 186㎝나 됐다. 높이뛰기 선수였던 190㎝ 키의 아버지와 배구선수였던 176㎝의 어머니를 닮았다. 10살 때 유소년 농구교실에서 농구에 빠졌다. 일반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너무도 농구가 좋았다. 직업 농구선수가 되기로 굳게 결심했다.

하지만 중국엔 장신 농구선수가 너무 많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한계를 절감했다. 유소년 시절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했던 게 언제나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고 중·고 지도자들은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 시합과 성적이 가장 중요했고, 거기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만 프로무대를 두드릴 수 있었다.

꺽다리 고등학생이 인생의 행로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2009년 겨울 당시 경희대 최부영 감독과 인연이 닿았다. 최 감독은 “그 정도 키면 한국에서 경쟁력이 있다. 한국은 아직 농구선수가 많지 않으니 고교 농구팀에서 체계적인 훈련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때 우디룽의 키는 202㎝까지 자라 있었다.

필생의 결단을 내렸다. 아예 국적을 바꾸기로 말이다.

한국에 와서 처음엔 지방 농구 명문 군산고에 편입했다. 그리고 인천 제물포고로 옮겼다. 1년간 귀화시험을 준비하며 한글을 익히고 한국말을 배웠다. 2011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최 감독은 김철욱을 경희대로 스카웃하며 중국에서 만났던 첫 인연의 약속을 지켰다. 어머니 아버지도 고심 끝에 아들의 장래를 위해 허락했다. 그렇게 우디룽은 한국인 김철욱으로 새로 태어났다.

김철욱은 대학농구리그에서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우월한 체격 조건을 앞세워 경희대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다. 포스트업 플레이는 물론, 타고난 힘을 활용한 자리싸움에도 능했다. 중국에서 스몰포워드로 활약했던 터라 슈팅 능력까지 좋았다. 조금만 수비가 느슨해지면 중거리슛을 쏘니 상대팀은 그를 막는데 애를 먹기 일쑤였다.

이방인의 설움도 많았다. 어눌한 한국말 때문에 쉽게 동료들과 친해질 수 없었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홀로 숙소에만 있을 때도 있었다. 심한 향수병에도 시달렸다. 중국에 있는 고향 친구들과 연락이 닿으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했고, 이제 아무도 중국 출신이란 걸 모를 정도로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게 됐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은 그의 적응을 한결 편하게 만들어줬다.

프로 데뷔를 앞두고 눈앞이 깜깜해지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신인 드래프트 참가 기회를 놓쳤다. 무릎을 다치기 전 몸 상태는 본인 스스로 생각해도 거의 최상이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컸다. 곁에 가족 하나 없이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1년간 버티며 이겨냈다. 그리고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6 프로농구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린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1라운드 8순위 지명권을 가진 안양 KGC 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김철욱’을 외쳤다. 김철욱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김 감독의 곁으로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안양 KGC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는 참아왔던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파워포워드의 힘이 약했다. 김철욱에게 오세근의 백업 선수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철욱은 마치 어린 아이처럼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 제 이름 한 번 멋지게 빛내보겠습니다”라고 첫 소감을 밝혔다.

이어 “빨리 팀에 합류해서 운동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팀 동료가 된 가드 김기윤과 제물포고 선배 오세근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김철욱의 마지막 꿈은 한국 국가대표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를 누비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진정한 코리안 드림은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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