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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우승 뒤 '그림자 내조', 분명 빛났다
출처:엠스플뉴스|201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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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결실은 없다. 특히 한 조직에서 한 명의 영웅이 나타나 홀로 성과를 낸다는 인식은 머나먼 과거의 사고가 됐다. 공유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의 모든 구성원이 원활한 의사소통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잘 보이는 앞에서 끌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잘 보이지 않는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리고 뒤에서 묵묵히 뒷받침해주는 이들이 더욱 많은 박수를 받고, 더 큰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야구도 이와 마찬가지다. 두산은 1995년 이후 21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맛봤다. 144경기라는 장기 레이스에서 정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당연히 필요하다. 물론 우승의 주연과 조연인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하지만 통역, 트레이너, 불펜 포수, 매니저, 버스 기사 등 그 뒤를 묵묵히 뒷받침한 현장 스태프가 없었다면 그 꾸준함이 잘 발휘될 수 있었을까. 각자 맡은 자리에서 조용한 ‘그림자 내조’가 있었기에 선수단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두산이라는 팀 뒤에서 고생하는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아쉽지만, 여러 상황상 3명의 현장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바로 통역 담당 김용환 씨와 1군 트레이너 담당 김민수 씨, 그리고 불펜 포수 김준수 씨가 주인공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기에 앞서 정규시즌 우승까지 고생한 모든 현장 스태프에게 찬사를 전한다.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과 관련해 외국인 선수 3명을 빼놓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2011년 두산에 입단해 벌써 한국 생활 6년 차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올 시즌 21승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새 얼굴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17승)과 내야수 닉 에반스(타율 0.302/23홈런/80타점)도 기대 이상의 실력을 자랑했다.

니퍼트의 눈물에 울컥하다





이렇게 우승에 크게 일조한 3명의 외인 선수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사람은 바로 통역 김용환 씨다. 김용환 씨는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 야구와는 그렇게 가깝지 않은 그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한국 선수들은 얼핏 알고 있었지만, 국내 야구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김용환 씨는 컴퓨터 공학 전공을 한 터라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리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지인에 이끌려 두산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대학교 선배의 소개로 2014년 1월 애리조나 스프링 캠프 진행을 맡은 것이다. 일본어까지 통역이 가능한 김용환 씨는 당시 일본 출신인 송일수 감독 체제가 들어서 두산과의 연을 계속 이어갔다.

지난해 김용환 씨는 시즌 초반 퇴출당했던 내야수 잭 루츠 통역 담당 맡아 마음고생을 겪었다. 자신이 담당한 외국인 선수가 잘 안 풀리면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통역 역시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외국인 선수 세 명이 모두 잘 풀리면서 시즌 내내 웃음이 가득했던 김용환 씨였다. 올해부터 홀로 외인 세 명을 모두 맡아 업무량은 더 많아졌지만, 성적이 좋아 오히려 스트레스는 줄었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3명의 조화가 대단하다. 서로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다. 니퍼트는 정말 ‘쿨한’ 선수다. 이미 한국인이 다 됐다. 에반스와 보우덴이 ‘한국 선배’인 니퍼트를 존경하고 잘 따른다. 에반스는 성격이 조용한데 성실하고 착하다. 유머 감각도 은근히 있다. 보우덴은 소위 말하는 ‘범생이’ 스타일이다. 자신만의 루틴과 운동은 확실히 지킨다. 코칭스태프가 무리하지 말라고 말릴 정도다. 차분히 준비하다가 마운드 위에만 올라가면 싸움닭으로 바뀌는 매력도 있다.”

마운드 위에서 외국인 투수가 흔들릴 때 이를 잡아줘야 할 일도 통역이 해야 한다. 보통 좋은 상황보다는 안 좋은 상황에 올라가기에 통역 역시 긴장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른다. 김용환 씨는 “긴장해서 마운드에 올라가다 보니 뛰어갈 때 어색한 내 동작이 웃기다더라(웃음). 통역에 실수가 있다면 승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긴장한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포수 양의지가 해주는 이야기를 더욱 집중해서 듣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승 달성 후 니퍼트의 눈물이었다. 김용환 씨는 “니퍼트가 20승 후 팬들 앞에서 단상 인터뷰를 하는데 롤모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말을 못 이어나가더라.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니퍼트를 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도 눈물이 바로 나올 거 같아 꾹 참았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울컥한다”고 회상했다.

보우덴과 에반스도 김용환 씨를 평소 잘 챙기고 감사의 뜻을 매번 전한다. 김용환 씨는 “보우덴은 평소 아내가 만든 쿠키를 갖다 주는 게 고맙더라. 에반스는 최근 생일 축하 기념으로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사실 생일에 대해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고 축하해주더라. 다들 성적도 좋고, 사이도 좋으니 통역으로서는 정말 행복한 상황이다. 자부심이 있다”며 웃음 지었다.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전담하다 보니 휴식은 꿈꿀 수도 없다. 김용환 씨의 말로는 ‘26주’째 쉬지 않고 일하는 중이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도 선수 아이들이 아프거나, 개인 훈련을 할 경우 선수들을 챙겨줘야 했다. 선수 가족들이 시즌 중 입국하는 경우 공항에도 매번 마중 나갔다. 그래도 선수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피로가 풀렸다.

“혼자 통역 업무를 맡은 거는 처음이다. 여름휴가도 없었기에 제대로 쉰 적이 없지만, 선수들이 나만 의지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발 벗고 도와주고 싶더라. 이제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비즈니스로만 생각한다면 절대 못 할 일이다. 진심으로 조금이나마 더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못 쉬어서 힘들다가도 선수들이 따로 위로해주면 또 힘이 난다. 비시즌인 12월만 기다리고 있다(웃음).”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큰 성과에도 들뜨지 않겠다는 김용환 씨다. 차분하게 자기 일에 집중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김용환 씨는 “우리 팀 프런트의 기조는 확실히 도움을 주되 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뜻에 공감한다. 정규시즌 우승에 기분이 좋지만,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야 한다. 팀에 대한 애정은 말할 것도 없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통역뿐만 아니라 현장 업무를 다 배우고 있다. 지금 경험은 내 인생에 정말 소중한 자산이다”라고 강조했다.

진기한 두 번의 ‘노히트’ 간접 경험



선수들의 몸은 구단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이를 관리하는 팀 트레이너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두산 운영 1팀에서 트레이너 파트를 담당하는 김민수 씨는 1군 선수들의 치료와 운동을 총괄한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즐겨 봤던 김민수 씨는 트레이너에 대한 꿈을 가지고 2012년 두산에 입사했다. 입사 후 2년간 2군 트레이너를 맡았고, 2014년부터는 1군을 담당하게 됐다.

트레이너의 일과도 선수들 못지않다. 평일 경기를 기준으로 오후 3시께 야외 훈련이 시작된다면 오전 11시에 출근한다. 야외 훈련 전까지 선수단 전체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스트레칭을 도와준다. 부상 선수의 상태도 따로 확인한다. 경기 중에는 불펜 투수들의 몸을 풀어주는 데 집중한다. 경기가 끝나면 잔 부상과 근육통을 치료해준다. 업무 시간은 12시간이 훌쩍 넘는다.

선수들을 최상의 몸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리가 필수다. 김민수 씨는 “투수와 야수 파트에서 각자 접근하는 관리 방법이 다르다. 투수들은 예민한 스타일이다. 투구 전 마사지를 가볍게 해주는 걸 좋아할 수도 있고, 그냥 자기 혼자 운동하는 걸 더 선호하기도 한다.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야수들은 긴 시간 동안 밖에 서 있다. 그만큼 허리나 다리 근육통이 많아졌다. 그 부분 중점적으로 고려해 코어(복근) 운동으로 부상 위험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선수와 트레이너는 신뢰 관계가 깨지면 안 되는 관계다. 트레이너와 코칭스태프와의 의사소통도 중요하다. 김민수 씨는 “예전부터 선수들과는 가족같이 신뢰하는 분위기였다. 형 동생 하면서 편하게 서로 말한다. 감독님도 트레이너 파트의 의견을 존중해주신다. 사실 감독님이 귀를 기울여 주시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좋다. 2군 트레이너 파트도 잘 해주셔서 서로 선순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보우덴의 노히트 경기였다. 보우덴은 김민수 씨가 담당하는 선수였기에 대기록이 더욱 뿌듯하게 느껴졌을 터. 사실 지난해 두산 소속으로 노히트 경기를 펼쳤던 투수 유니에스키 마야도 김민수 씨가 담당했던 선수였다. 담당 선수의 노히트 경기를 2년 연속으로 보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너무 바쁘다 보니 가족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래도 김민수 씨는 선수들이 건강하게 뛰는 걸 보면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시즌이 끝나고 아픈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김민수 씨의 소망이다.

“가족과 만날 시간은 거의 없다. 부모님은 아침에 자는 내 모습 보시고, 밤에 가면 부모님이 주무시는 모습을 내가 본다. 월요일에도 부상 선수가 생기면 병원을 따라가야 한다. 부모님께 정말 효도해드려야 한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불가항력적인 부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도 최대한 다치는 선수가 없는 게 목표다.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건강하게 뛰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팀은 또 하나의 나다. 팀이 잘 돼야 우리도 빛나는 것이다. 시즌이 끝나고 아픈 선수들 없이 웃으며 수고했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불펜 포수



SK는 9월 6일 문학 KIA전을 앞두고 특별한 시상식을 준비했다. 불펜 포수 이석모 씨의 1,000경기 출장 기념식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불펜 포수들의 공로를 인정받은 한 장면이었다.

두산에도 이렇게 오랜 기간 팀을 위해 헌신한 불펜 포수가 있다. 바로 2007년부터 불펜 포수를 시작한 김준수 씨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선수 생활을 관둔 김준수 씨는 적성에 맞았던 불펜 포수로 미트를 다시 꼈다. 두산에는 김준수 씨를 포함해 4명의 불펜 포수가 있다. 선수들의 훈련을 준비하고, 같이 참여해 훈련을 돕는다. 배팅볼을 던져주는 것도 불펜 포수가 할 일이다.

김준수 씨는 니퍼트와 장원준을 전담하고 있다. 2012년부터 니퍼트의 공을 받아온 김준수 씨는 “처음 공을 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구위가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올 시즌 니퍼트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기에 더욱 마음이 뿌듯하다. 늘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기에 딱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없었지만, 전담 투수인 니퍼트가 활약하는 날은 왠지 마음이 보람차다.

올 시즌 유난히 더웠던 여름에 불펜 포수들의 고생은 더 심했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불펜 포수들은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김준수 씨는 “너무 더워서 힘들긴 했다. 인원이 많이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나보다는 같이 고생하는 불펜 포수 동료들이 더 힘들었다. 불펜 포수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라 좋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고, 전력 분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인식이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세 살배기 딸을 볼 수 있는 월요일이 김준수 씨에겐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그리고 두산에서 할 수 있는 한 오래 불펜 포수의 미트를 끼는 것이 그의 꿈이다.

“쉬는 날은 월요일밖에 없다. 딸이랑 같이 놀아주는 월요일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평소에도 많이 보고 싶다. 작년에 처음 맛본 우승이 되게 기분 좋았다. 올해도 정규시즌 동안 선수들이 다 잘하면서 우승해 좋다. 오랫동안 한 팀에 있었으니깐 애정도 깊어졌다. 몸 안 다치고 할 수 있을 때까지 두산에서 불펜 포수를 쭉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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