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으로 KBO리그에서 영구 제명된 이태양(전 NC)은 지난 10일 같은 처지의 동료 문우람(전 넥센)의 승부조작 결백을 주장하다 전현직 선수들의 승부조작 의혹을 폭로했다.

이태양은 "브로커로부터 들었다"며 브로커가 승부조작을 했다고 주장한 6명의 전현직 선수 이름을 공개했다. 문우람 측은 "6명의 선수들은 왜 조사를 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만약 공개된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관여했다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폭로였다.

그러나 단순히 브로커의 말을 그대로 공개한 이들의 폭로는 ‘물증없는‘ 음해성 폭로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이태양과 문우람이 언급한 6명의 선수 중 이재학, 문성현, 정대현은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이미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2016시즌 도중 이태양의 승부조작 파문이 터진 후 창원지검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전방위로 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를 펼쳤다. 당시 이태양이 검찰 조사를 받다 브로커에게 들은 이재학 등의 선수 이름을 언급해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NC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2016년 이재학은 창원지검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조사를 받고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당시 문성현, 정대현도 창원으로 내려와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재학은 2016년 7월부터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느라 시즌을 제대로 뛰지 못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11월,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승부조작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이재학은 승부조작과 불법 베팅 모두 무혐의로 끝났다. 6개월 가량 온갖 비난을 받았으나 결백을 입증 받았다. KT와 넥센 구단은 10일 정대현과 문성현이 혐의 없음으로 끝났다고 밝혔다.

다른 3명의 선수들도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서 극구 부인하고 있다. 정우람은 무책임한 폭로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할 뜻을 보이며 강경한 태도였다.

이태양과 문우람의 폭로는 단순하게 브로커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금전 거래가 드러나는 통장, 계좌 내역 혹은 브로커와 선수들 사이의 통화 녹음 등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 브로커가 이태양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짜 정보‘를 흘렸을 수도 있다.

KBO는 승부조작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긴장하고 있다. 곧바로 해당 구단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KBO 관계자는 "2016년 승부조작 수사 당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과 창원지검, 군 검찰의 협조 요청을 받고 관련 정보를 주고받았다. 당시 수사 결과 발표 외에 승부조작을 한 선수는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