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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현실, 그들은 한국에 관심이 없다
출처:베스트 일레븐|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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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임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에 자리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벤투 감독에게 오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까지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언급한 수많은 감독들은 저마다 화려한 커리어를 뽐낸 지도자들이라는 점에서 한국 축구팬들에게 큰 기대를 모았다. 외신에서 이들이 한국 감독직과 연결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들썩였던 이유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레벨이 낮아 보이는 벤투 감독을 선임한 것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벤투 감독이 최근 중국 슈퍼리그 클럽 충칭 리판에서 실패하면서 과연 한국 A대표팀 지휘봉을 믿고 맡길 만한 인물이냐는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감독 선임 작업을 총괄 지휘한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선임위원장의 설명은 그렇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자질 여부를 떠나, 김 위원장은 팬들이 원하는 수준의 감독들은 한국행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냉엄한 현실에 부딪쳤다고 고백했다. 아시아 최고의 강팀 중 하나이자,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본선 진출팀이라는 나름의 타이틀을 내세워보기도 했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저 변방의 조그마한 소국처럼 비쳤다.

김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협회는 이번 감독 선임에 대단히 의욕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 7월에 선정했던 우선 협상 대상 3명의 지도자는 모두 이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막 치른 인물이었다. 이란축구협회 회장이 직접 폭로했던 케이로스 감독을 비롯해 외신들이 끊임없이 거론했던 오소리오 감독 등이 이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냉담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은 대부분 7월 말까지 계약되어 있어 그 이전에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없었다. 또한,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다른 후보를 잡아둘 만한 여유가 없었다. 여러 팀과 협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 중 몇몇은 기존 계약을 파기하면서 발생하는 위약금을 요구했는데, 그 위약금은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금액이었다. 과한 연봉을 제시한 이도 있었으며, 아예 스스로 후보에서 빠지겠다는 인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선적으로 접촉한 3명과 협상은 모두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해외 에이전시를 통해 한국 축구 색깔과 부합하는 인물과 접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출장에서는 축구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후보와 어렵게 접촉했고, 심지어 집에 초청까지 받았다. 그는 가족과 떨어져 4년을 한국에서 지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 축구를 얼마나 아느냐’라고 묻자 ‘손흥민·기성용 정도는 안다’고 하더라. 사실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는 톱 팀이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괴리가 있었다. 감독은 직접적으로 원하는 연봉을 말하진 않았지만, 만남 이후 대리인과 얘기를 나눠보니 우리가 지급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을 제시하고도 ‘그 정도로는 안 된다’는 답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꽤 흥미로운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가 말한 두 번째 출장 시기는 8월 9일이다. 그 시기에 가장 한국 팬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던 인물은 스페인 출신 키케 플로레스 감독임을 추측할 수 있다. 양 측은 감독의 집에서 만날 정도로 친근하게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감독은 유럽을 떠나기 싫어했고, 곧 시즌이 시작되면 경질되는 감독이 나올 것인 만큼 언제든 새 직장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런 프리미엄을 내려놓고 한국에 가야 한다면 그만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내비쳤고, 그 보상은 협회가 책임지기 매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월드컵 때 매력적인 플레이를 보였던 여러 감독과 접촉하며 오퍼까지도 넣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픈 현실이다. 한국에 와야 할 이유가 그저 돈이라면, 그 돈으로 한국 지도자를 키우는 게 낫다”라고 씁쓸해 했다.

사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년 전만 해도,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직접 유럽을 돌며 명성 있는 지도자들을 선임하고자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의 준우승을 주도했던 베르트 반 마바이크 감독이 이른바 ‘재택근무’를 요구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결국 유럽 축구 중심부에서 자신의 입지가 약간이나마 흔들린 감독이 차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뜻대로 안 될 경우 아예 유럽 축구계 내에서 지도자로서 이력이 흐릿한 인물에게 접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으로 남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된 것도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벤투 감독이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된 가장 큰 이유는, 그에게 쉽지 않았을 한국행에 가장 적극적이었다는 점이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코칭스태프를 모두 면접장에 데려왔으며,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파주 NFC에 전용 사무실을 설치해 U-17·U-20·U-23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보며 곧 A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를 직접 살피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의 훈련 프로그램 수준이 상당히 높았고, 의욕마저 크다는 점을 주목했다. 게다가 최근 내림세였다고는 해도,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던 지도자라는 점도 주목했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선임할 수 있는 최적의 지도자라고 여긴 것이다. 이러한 선임 기준은 현실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납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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