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팀·선수 WKBL 참가? 취지 좋지만 우선순위 아니다
출처:마이데일리|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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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팀이든 함흥 팀이든 북한 팀이 리그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본다."

WKBL 이병완 신임총재가 9일 언론사 농구담당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파격발언을 했다. 지난주 평양에서 열린 통일농구에 WKBL 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당시 북한 체육관계자들과 나눈 얘기를 털어놨다.

이병완 총재는 "공식적인 부분은 체육계 관계자들이 최종 결정을 내릴 일이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놓은 얘기"라고 전제한 뒤 "현재 WKBL에 6개 팀이 있는데 평양 팀을 만들어 남북리그를 하면 남북에 농구열기를 불러일으키고 남북관계 개선 및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 총재는 "북한 선수들이 남한 팀에 합류해 함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먼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7~8구단 창단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 평양 팀이든 함흥 팀이든 북한 팀이 리그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본다"라고 덧붙였다.



여자프로농구는 KDB생명의 해체로 5개 구단으로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WKBL은 KDB생명으로부터 2018-2019시즌 운영비를 받았다. 그러나 다음시즌까지 전 KDB생명 선수들의 주인을 찾지 못하면 2019-2020시즌부터 5개 구단으로 줄어든다.

가뜩이나 여중, 여고 농구의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서 치명타다. 이미 5~6명으로 선수를 꾸리는 학교가 적지 않다. 5반칙 퇴장을 당하면 경기를 이길 수 없다. 당연히 제대로 된 맨투맨 수비 기본기를 다질 여력이 없다.

에이스의 능력에 크게 의존하는 경기를 한다. 프로에 어렵게 진입한 선수는 2~3년간 농구의 ABC부터 다시 배운다. 자연스럽게 리빌딩이 더디게 진행된다. 팀들은 활기를 잃어간다. 경기 질 저하로 팬들이 외면한다. 악순환이다. 여자농구의 냉정한 현실이다.

물론 이병완 총재는 6개 구단 존속문제에 대해 금융사뿐 아니라 다른 성격을 지닌 회원사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세를 취했다. 스스로 "당면과제"라고 표현했다. 여중, 여고 농구 문제, 인기급감 문제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팀 혹은 선수의 WKBL 참가를 두고 "먼 얘기가 아니다. 7~8구단 창단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라는 대목은 좀 의아하다. 전 KDB생명 선수들의 새 주인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함께해야 할 회원사를 찾는 건 신중해야 한다. 6개 구단 존속도 불투명한 상황서 7~8구단 창단 얘기를 할 상황도 아니다.

여중, 여고농구 문제, 리그 팬층 확대 문제도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3년간 이 부분에만 전력을 기울여 진일보한 결과를 내놓으면 박수 받아야 한다. 그 어떤 전임 총재도 시원스럽게 해결하지 못했다. 이 부분들은 단기간에 해결한 뒤 방치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WKBL이 계속 안고 가면서 관리해야 한다.



오히려 WKBL은 KDB생명 사태를 해결한 뒤 장기적인 차원에서 구단 및 리그 산업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금융사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지녔지만, 구단들이 영원히 모기업에 의존한다면 산업화는 요원하다. 구단들이 정상적 수익구조를 갖춰야 건전한 투자와 투명한 행정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리그의 뿌리가 탄탄해진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도 산업화의 토대를 다지거나, 적어도 장기적 관점에서 로드맵이라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팬 층을 넓힐 방법에 대해 고민하겠다고만 밝혔다.

원 소속구단이 3억원을 부르면 선수가 팀을 옮길 수 없는 비정상적인 FA시장, 실효성이 떨어진 외국선수 드래프트, 격투기 농구라고 불리는 판정기준에 대한 재정립, 심판진 운영 시스템 개선, 매년 임의탈퇴와 함께 실업농구로 빠지는 선수가 나오는 구조적 모순 등 뜯어고쳐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상황서 KDB생명 사태, 리그 팬층 확대 다음 이슈로 남북 여자농구교류를 내세우는 건 순서에 맞지 않다. 더구나 여자프로농구는 통일농구 같은 친선 이벤트가 아니다. 연속성과 정통성을 갖춘 프로리그다. 설령 WKBL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북한 선수 혹은 팀의 참가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올스타전이 아닌 정규시즌 참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정부 관계부처와의 협의부터 선수들의 기량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혹시 북한 구단이 WKBL에 초청팀 자격으로 참가하려면 한 시즌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최소 3~40억원이 드는 한 시즌 운영비를 북한 구단이 감당할 수 없다면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북한 선수가 한 시즌이라도 특정 팀에 가세하면 연봉과 그 구단의 샐러리캡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 총재 발언의 뉘앙스는 충분히 이해된다. 가볍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놓은 코멘트였다. 북한 여자농구와의 교류 취지도 좋다. 하지만, 기존 산적한 과제부터 해결한 뒤에 접근해도 늦지 않다. WKBL이 북한과의 교류에 역량을 쏟을 만큼 국내 여자농구시장이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 농구관계자는 "올스타전 등 단기 이벤트 성격의 교류라면 모를까, 이 신임총재의 북한 팀, 선수의 WKBL 참가 발언은 ‘희망사항‘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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