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라만차’ 최수진 “나는 성공한 덕후, 동생 수영도 적극 응원”
출처:스포츠동아|201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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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최수진은 배우를 하기 전, 그리고 준비하면서 윤공주의 팬이었다. 윤공주가 하는 ‘올슉업’을 본 뒤로는 그가 나오는 뮤지컬을 거의 다 볼 정도였다고. “상대배우가 누구이든 ‘윤공주’ 언니만 보면 예매 버튼을 눌렀다”고 말한 최수진은 ‘맨 오브 라만차’에서 그와 함께 ‘알돈자’로 더블 캐스팅이 됐다. 첫 만남부터 “언니를 좋아했다”라고 팬심을 발휘한 그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나 싶었어요. 세상에…. 내가 윤공주 언니와 더블 캐스팅이라니. 언니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첫 만남부터 ‘저 언니 팬이에요!’라고 말해버렸지 뭐예요. 매번 무대 위에서만 봐왔던 공주 언니였는데 같이 하니 더 좋았어요. 정말 모든 사람을 다 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처음 ‘알돈자’ 역을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재차 매니저에게 묻기도 했다. 언젠간 꼭 하리라고 다짐했던 역할이었던 만큼 이 소식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팀장님이 ‘수진 씨, 아쉽게도 같이 하자고 하네요’라고 농담을 하셨다. 처음엔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진짜 맞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 믿고 뽑아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맨 오브 라만차’는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뉴시즈’를 할 때 1막 마지막에 남자배우가 ‘산타페’를 부르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어요. 속에 쌓여있는 것들을 모두 끌어내는 장면인데 알돈자가 그런 면에서는 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꼭 하고 싶다는 마음에 오디션을 봤어요. 반신반의한 상태여서 어머니와 유럽 여행도 계획하고 있었는데 합격이 돼서 정말 좋았어요. 아, 어머니는 이모들과 여행을 떠나셨고요.(웃음)”

이제는 말할 수 있지만 최수진은 공연을 못할 뻔하기도 했다. 연습을 하던 중 발을 다쳐 움직이지 못했던 것. 다행히 공연 날짜가 가까워 올수록 발이 회복됐다. 그는 “무대에 못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연습은 많이 해서 낫기만 한다면 공연은 가능했다”라며 “다행히 공연 전에 다 나아서 기적 같이 무대에 올라갈 수 있게 됐다”라고 뒤늦게 밝히기도 했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알돈자는 여관에서 일하는 여인이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에게 버림을 받아 ‘보살핌’이나 ‘사랑’, 그리고 ‘자존감’을 모르고 살았다. 게다가 여관을 찾아오는 남자 손님에게는 성적 먹잇감일 뿐 그를 진심 아껴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던 중 알돈자는 자신을 “고귀한 여성”이라고 부르는 ‘돈키호테’의 만나며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조금씩 찾게 된다.

극 중에서 남자들에게 희롱과 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있어 알돈자를 연기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인생에서 바닥을 친 여성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점은 더더욱 어렵다. 그는 “내 경험이나 알량한 지식을 빗대어 연기를 하는 건 작품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알돈자’는 처음부터 험난한 삶을 살아왔는데 감히 그것을 다 이해해서 표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대본과 배우들과의 연기호흡으로 알돈자를 연기하려고 한 것 같아요. 전 아직 경험이나 기술이 부족해서 이 연기를 하는 게 아직은 상당히 어렵지만 역할에 푹 빠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함께 연기하고 있는 오만석, 홍광호, 이훈진, 김호영 등과의 호흡은 어떨까. 최수진은 “오만석 오빠는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난다. 그런데 만날 오빠가 ‘자기는 재능이 없다’라며 은퇴작이 될 거라고 농을 친다”라며 “광호 오빠는 이미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성된 ‘돈키호테’를 보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초’ 역에 훈진 오빠는 그냥 ‘산초’를 보는 것 같다. 조금만 움직여도 그의 매력을 느낄 수가 있다”라며 “호영 오빠는 있는 그대로가 재미있다. 같은 ‘산초’인데 너무 다르다. 그런데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기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라고 덧붙였다.

 

 

동생인 소녀시대 수영도 이 작품을 보고 갔는지 묻자 “아버지와 함께 보고 갔다”라고 말했다. 최수진의 가족은 유독 그가 ‘맨 오브 라만차’ 캐스팅에 축하했다고.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특히 수영이가 ‘그렇게 이 역할을 꿈꾸더니 결국 하게 됐다’라며 많이 축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수영이가 제가 이 작품을 정말 하고 싶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보면서 ‘부럽다’라고 하더라고요. 뮤지컬은 아니지만 수영이도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뮤지컬은 초연, 재연, 삼연과 같은 방식으로 작품이 돌아오잖아요. 그러니까 기회가 닿고 운이 좋다면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드라마나 영화는 정말 딱 한 번이니까요. 그런 점이 부럽다고 하는 것 같았어요.”

2009년 뮤지컬 ‘살인마 잭’으로 데뷔를 한 최수진은 곧 데뷔 10년차가 된다. 그는 “두 자릿수가 되는 게 신기하다”라며 “앞으로 10년을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되돌아보면 그는 자신이 길을 가는 속도가 남들보다 느리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고. 최수진은 “나는 왜 저 사람처럼 못 올라가고 있는지 걱정을 안 했다면 거짓말일 거다”라며 “조금 느려도 이 시간이 내게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1~2년 만에 주역도 따낸 친구들도 많이 봤죠.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며 조급해지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그냥 제 주어진 일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면서 9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더니 행복한 작품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많은 돈을 받고 큰 작품을 해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 마음에 와 닿지 않은 작품을 하는 것은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배우들과 함께 해서 행복한 작품들을 선택하는 게 제 우선순위가 됐어요.”

 

 

어릴 적 아이돌 가수를 꿈꾸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를 본 후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최수진의 꿈은 계속 커지고 있다. 언젠간 드라마나 영화 출연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 그는 “배우 오소연과 독립영화를 찍은 적이 있었는데 재미를 느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매력은 또 다르더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무대는 연기를 크게 해야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조금만 움직이는 미세한 연기를 해야 하잖아요. 다양한 연기를 익히는 것이 흥미로워요. 하지만 아무래도 드라마나 영화는 경쟁률이 더 치열하지 않을까요?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 도전해봐야죠. 하하.”

마지막으로 최수진은 ‘맨 오브 라만차’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다양한 감정을 갖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평도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단지 텅 빈 마음을 갖고 돌아가진 않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극 속에서 계속 ‘꿈꾸라’고 말하고 있지만 모든 분들이 그렇게 느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한 대사에 꽂히실 수도 있고요. 전체적으로 감동을 받으신 분들도 계실 거고요. 궁금한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오셨다가 나가실 때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 등을 갖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저희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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