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안영명(34)이 2군행 통보를 받았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19일 오후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시범경기 원정을 떠나면서 안영명을 불렀다. 2군행을 지시하고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예비 선발 준비다.

한 감독은 "2군에서 선발 수업을 쌓으라고 했다. 지금 이대로 개막 엔트리에 합류시켜 불펜요원으로 활용하는 것보다는 시즌을 길게 보고 제대로된 선발로 충분히 대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안)영명이에게 내가 바라는 모습을 얘기하면서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냐‘고 묻자 ‘자신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경험많은 친구다. 믿고 맡겨둬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금 생각하고 있는 마운드 구상이 시즌끝까지 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욕심일 것이다. 시즌은 길다.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만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 (안)영명이가 팀에 크게 기여할 순간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영명은 어깨 수술 뒤 지난해 복귀했다. 지난해 25경기에서 1승8패, 평균자책점 5.75를 기록했지만 후반기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2015년 팀내 토종투수로 마지막 두자릿 수 승수(10승6패)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한화는 FA를 선언한 안영명과 몸값 줄다리기 끝에 해를 넘겨 1월말 2년 총액 12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계약금 2억원, 연봉 3억5000만원, 옵션 1억5000만원 규모였다.

안영명은 충실하게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소화했지만 생각보다 컨디션이 빠르게 올라오진 않았다. 2월 하순 불펜 피칭을 시작했고,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도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안영명은 지난 14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서 중간 계투로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 동안 4안타(2홈런) 4실점으로 무너졌다. 당시 한 감독은 "그날 직구가 좋았다. 좋은 구질로 승부해야 하는데 어중간한 변화구를 던지다 고생했다"고 아쉬워했다.

현재로선 한화 1군 마운드는 포화상태다. 안영명이 자리잡을 공간이 없다. 외국인 투수 둘(키버스 샘슨, 제이슨 휠러)에 윤규진 김재영 김민우는 붙박이 선발. 배영수는 긴 텀을 두고 시기를 봐가며 선발로 투입된다.

불펜은 정우람 송창식 권 혁 이태양 심수창 외에 박주홍 박상원 서 균 등 젊은 선수들로 꽉 찬 상태다. 이미 지난 2년간 불펜에서 맹활약했던 장민재는 2군에 내려간 상태다. 송은범은 시범경기에서 한차례 더 시험등판을 한 뒤 1군 잔류여부가 결정된다.

줄어든 시범경기로 역량을 입증할 기회가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안영명은 1년만에 확 달라진 팀 마운드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본격적인 팀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