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은 웃을 일 많지 않은 LG 팬들의 많지 않은 자부심이다. 2012년부터 6년 연속 150안타(신기록)를 때려 낸 박용택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타격 장인‘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는 대단한 타격 이론가다. 메이저리그서 유행하는 최근 타격 이론은 물론 한국 프로 야구의 타격 이론 변천사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만큼 많이 부딪혀 보며 느낀 바가 많다는 뜻이다.

데이터도 그런 그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있다. 세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박용택의 진가는 더욱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다.

먼저 박용택은 투구 스피드 전반에 걸쳐 강했다.

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맥 데이터에 따르면 박용택은 시속 115km~120km 구간에서만 낮은 타율을 보였을 뿐, 나머지 구간에서는 모두 3할대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해가 갈수록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국 프로 야구에서 빠른 공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시속 140km 이상의 공에서 4할대 이상의 매우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흔히 나이가 들면 빠른 공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고들 말한다. 은퇴 시기는 배트 스피드가 가장 먼저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박용택은 다르다. 해가 거듭되더라도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의 나이가 한국 나이로는 마흔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구종에 대한 낯가림도 없다. 모든 구종에서 3할대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트랙맨이 체크하지 못한 추적 타구수가 빠진 기록이기는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도 박용택이 전반적으로 모든 구종에 대한 대처 능력이 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마흔을 앞둔 그가 패스트볼에서 4할3푼6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는 점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타자들이 고전하는 스플리터(포크볼 포함)에도 4할6푼2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는 건 박용택이 빠른 공과 함께 비슷하게 오다 변하는 구종에 대해서도 강점을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박용택은 자신이 한 말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자이기도 하다.

박용택은 언제나 "타구가 25도에서 30도 사이면 안타가 많고 35도까지는 홈런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 사이를 늘 지키고 싶은데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데이터는 박용택이 그의 다짐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박용택의 안타 평균 발사각은 12.65도다. 이 데이터엔 땅볼 안타가 포함돼 있다. 땅볼 안타를 제외한 안타의 평균 발사각은 25.87도다. 딱 박용택이 원하는 각도에 포진돼 있다. 홈런 평균 발사각 또한 29.25도로 매우 이상적이다.

이처럼 데이터 속에서 박용택의 단점을 찾아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발사각은 그가 얼마나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데이터다.

그를 타격 장인(匠人)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