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3쿠션 1위 '천재소녀' 김보미 "당구, 죽기만큼 싫었다"
출처:매일경제|2017-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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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가 끔찍이도 싫었다. 큐를 잡고 운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던 소녀가 이제 한국여자당구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18세 ‘천재 당구소녀’ 김보미(서울연맹)다.

김보미는 지난 달 17일 ‘제17회 경기도당구연맹회장배 여자부 3쿠션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었다. 이로써 그는 랭킹포인트 90점을 획득, 총점 424점으로 2위 박지현(경기연맹‧422점)을 근소하게 앞서며 생애 첫 랭킹 1위로 올라섰다.

이런 그를 서울 서초구 김치빌리아드클럽 교대점에서 만났다. 랭킹 1위 등극 축하 인사를 건네자 김보미는 “최근 감이 좋긴 했는데, 1위까지 갈 줄 몰랐다. 기쁘고 얼떨떨하다”며 웃어보였다.

옅은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에 화장을 한 그는 영락없는 또래 소녀처럼 보였다. 칭찬에 쑥스러워하고, 미용에 관심 많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당구에 관한 생각만큼은 철저했다. “당구 치기가 죽기만큼 싫었지만, 이젠 사랑하게 됐다”는 그와 1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준우승 두 번 “아쉬워 꿈에 나와”…“랭킹 1위는 행운”

김보미는 경기연맹회장배 우승 전, 두 개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7월 정읍 단풍미인배, 8월 춘천 대한당구연맹회장배 결승에서 각각 강지은(서울연맹), 스롱 피아비(서울연맹)에게 패한 것.

“춘천땐 제가 너무 못쳐서 패배가 수긍이 갔어요. 하지만 정읍에선 승부치기까지 가서, 그것도 1점차로 지는 바람에 마음고생 많이 했어요. 마지막에 제가 심한 압박감을 받아 흔들렸는데, 지은 언니(강지은 선수)가 그 틈을 잘 파고들었죠. 한동안 꿈에 그 장면이 나올 정도로 아쉬웠어요. 하하”

18세 소녀는 ‘3연속 준우승’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경기연맹회장배를 앞두고 죽도록 연습했다고 한다. 그 결과 우승과 함께 랭킹 1위에 오르는 겹경사를 맞았다.

“솔직히 랭킹 1위는 운이 좋아서 얻은 것 같아요. 최근 감각이 좋거든요. 3달 간 준우승 두 번, 우승 한번 했는데, 좋은 성적이잖아요. 경기하면서 감각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엎드렸을 때 길이 잘 보이고, 그 길대로 원하는 두께로 볼이 맞아요. 힘 조절도 잘 되요.”

이처럼 최근 소위 ‘잘나가는’ 선수가 된 김보미. 하지만 그는 “불과 6년전만 해도 테이블을 쳐다보기도 싫었다”고 고백했다.

▲“천재 당구소녀? 쑥스러워…중학생때 다진 기본기 큰 도움”

김보미의 아버지는 당구선수 김병호 씨다. 대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던 그는 중1, 14살 딸의 손에 큐를 쥐어주었다. 한 달간 4구로 밀어치기, 끌어치기 등을 배운 김보미는 바로 국제식 테이블을 접했다.

아버지의 감식안은 적중했다. 딸은 처음 출전한 ‘2012 전국생활체육 대축전’ 단체전 동메달 등 중3때까지 2년간 아마추어대회 시상대에 수차례 올랐다. 그 기세를 몰아 고1때인 2014년엔 선수로 등록했다.

김보미는 선수등록 이듬해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 6월 ‘경기당구연맹회장배 한국여자3쿠션 챔피언십’ 3위, 8월 ‘부산광역시장배 당구대회’ 정상에 오른 것.

“부산에서 우승했을 때 트로피를 계속 쳐다봤어요. ‘이게 진짜 내건가’ 싶어서요. 하하. 또 4강에서 신영 언니(이신영 선수)를 이겼는데, 처음으로 국내 톱랭커를 꺾었던 터라 무척 뿌듯했어요. 신영 언닌 ‘큰 산’처럼 여겨지던 선수셨거든요. 그러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많이 붙었죠.”

이처럼 짧은 기간에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자 별명이 붙었다. ‘천재 당구소녀’. 그는 “많이 들어본 말이지만, 아직도 민망하다”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쑥스러움에 볼도 붉게 물든 그는 “저는 천재가 아닌 노력파”라고 말했다.



▲‘당구부녀’ 김병호‧김보미, ‘당구열정’ 판박이
김보미는 “원래 중1때까지 한국무용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활동적인 성격 덕분에 어릴 때부터 태권도, 발레 등 다양한 것을 배웠다. 피아노는 중1때까지 7년간 쳤다.

“중2 말부터 중3 초까지, 아버지에게 당구를 혹독하게 배웠어요. 새벽 3~4시까지 공을 치기도 했고, 같은 설명을 10번 넘게 듣는 일도 허다했어요. 테이블을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쌓인 기본기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김병호 김보미 부녀는 당구판에서 소문난 ‘절친부녀’다.

이날 인터뷰 전, 김병호 선수는 기자에게 “예전엔 김병호 선수였는데, 요즘엔 ‘보미 아빠’로 많이 불린다. 이제 딸의 유명세가 나를 뛰어넘으려고 한다”며 흐뭇해했다. 이에 김보미는 “요즘엔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면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하신다”며 웃었다.

“올해 (한국나이로)스무살 됐어요. 예전엔 무서웠던 아버지가 이제 제 의견을 존중해 주세요. 선수로서 인정받는 것 같아 기뻐요. 하하.”

김보미는 외모만큼이나 아버지와 닮은 부분이 있다. 바로 당구에 대한 열정이다. 공과 테이블이 앞에 놓이면 부녀에게 ‘적당히’ ‘대충’은 용납되지 않는다.

“예전엔 배울마음 전혀없던 아이를 가르치셨으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그런 아버지 마음을 지금은 좀 이해할 수 있어요. 사실 친구들이 저를 안쓰럽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잘 놀지도 못하고, 매일 당구장에만 있었잖아요. 하지만 고3이 되니 저를 부러워했죠. 일찍 진로를 설정했고, 또 감사하게 주목도 받았고요. 다 아버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각 돌리기, 정말 싫다…테레사 클롬펜하우어는 롤모델"
김보미는 지금도 기술연습보단 쉬운 배치의 공을 통해 두께, 당점 등 기본적인 부분에 많은 연습시간을 할애한다. 연습 때 주로하는 배치는 뒤돌려치기, 앞돌려치기, 제각돌리기.

하지만 그는 제각돌리기를 “저주할 정도로 싫어하는 샷”이라고 했다.

“기본적인 배치의 샷이지만, 예전부터 실패가 많았어요. 여자 선수들은 다 아는 사실이에요. 연습게임 땐 잘 맞는데, 이상하게 경기에선 그렇게 빗나가요. 차라리 난구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쉬운 공 놓치면 경기 때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잖아요.”

이처럼 심리적으로 흔들릴 땐, 허정한 최성원 등 선배 선수들을 떠올린다. 기술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부분 모두 완벽한 선수들이라 존경한단다. 이어 김보미는 “후원사가 같은 테레사 언니(테레사 클롬펜하우어)는 남자 선수들에 버금가는 애버리지가 나올 정도로 정말 잘친다”면서 “제 롤모델”이라고 했다.

“여러 훌륭한 선배님들처럼 실력과 함께 인성적인 부분도 인정받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는 이제 선수로서 나아가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 선배님을 본받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대로 쭉 발전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는 신영 언니(이신영 선수), 미래 언니(이미래 선수)처럼 더 발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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