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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에이전트 "STL단장과 호텔방 독대있었다"
출처:스포츠조선|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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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국의 스캇 보라스를 꿈꾸지 않는다."

스캇 보라스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슈퍼 에이전트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박찬호의 대리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보라스는 모든 에이전트가 꿈꾸는 이상적인 모델일 것이다.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는 요즘 KBO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에이전트다. 그런데 그는 보라스가 만든 보라스 코퍼레이션 같은 굴지의 에이전트 회사를 꿈꾸지 않는다고 말한다. "누구나 일을 같이 해보고 싶어하는 에이전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에이전트로 임창용(KIA 타이거즈)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최형우(KIA 타이거즈) 등과 함께 일했다.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빚었던 임창용과 오승환이 현 소속팀 KIA와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도록 도와주었다. 또 최형우가 KBO리그 FA 최고 금액(100억원)에 KIA로 이적하는 물밑 작업을 했다. 또 FA 차우찬의 LG 트윈스 계약 작업에도 관여했다. 스포츠조선은 최근 그를 만나 에이전트의 세계를 들었다.

▶오승환과의 오래 인연



김대표는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업체 푸마코리아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IB스포츠(스포츠마케팅 회사)를 거쳐 자신의 회사인 스포츠인텔리전스를 만들었다. 대학에서 응용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영어가 자유롭다. 김 대표는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 경기를 관전한 후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푸마코리아 재직 시절 축구 선수 이관우를 통해 오승환을 소개받았다. 이후에도 둘은 친분을 쌓았고 오승환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해외 진출을 모색하면서 에이전트와 고객 관계로 발전했다.

김 대표는 오승환의 한신 타이거즈 계약(2013년 11월, 2년 9억5000만엔)과 세인트루이스 계약(2015년 1월, 2년 1100만달러)을 성사시켰다. 그는 오승환을 통해 에이전트 세계에 첫발을 디뎠을 때를 잊지 못한다.

"일본과 미국에선 ‘네가 뭔데 오승환 같은 큰 선수를 데리고 이런 일을 시작하는 거냐‘는 시선을 보냈다. 한신 단장과 오승환의 첫 계약을 했던 일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때 큰 느낌이 없었다. 나중에 오승환이 한신 유니폼을 입고 첫 세이브를 올리고 또 구단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을 때 정말 짜릿했다."

오승환은 2014년과 2015년 한신 마무리로 80세이브(4승7패)를 거두고, 2016년 1월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

▶STL 단장과의 독대



김 대표는 에이전트의 첫번째 덕목으로 ‘신뢰‘를 꼽는다. 그는 선수와 대리인 계약을 하기 전에 "결과와 상관없이 나를 믿고 따라올 수 있느냐"를 꼭 묻는다고 했다. 친분이 있지만 그를 믿지 못해 대리인 계약을 하지 않은 선수도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구단과의 관계 설정도 같은 맥락으로 접근하고 있다.

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 진출 협상도 외부에 알려진 것 처럼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오승환의 경기력은 더이상 검증할 필요가 없었다. 2015년 12월, 오승환은 해외 원정 도박으로 벌금형(1000만원)을 받았다. 김 대표가 오승환의 세일즈를 위해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가 있는 동안 검찰 소환 조사가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단장과 의미있는 1대1 호텔방 미팅이 있었다. 김 대표는 "지금도 그때 나눈 대화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는 나를 알고 싶다며 10분 동안 내가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는지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정작 오승환에 대해선 나중에 물었다. 모젤리악 단장이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인상깊게 봤고, 오승환 영입을 끝까지 진행시켰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오승환 영입에 관심을 보였던 다수의 빅팀들이 당시 태도를 바꿔 미팅을 취소했다. 그렇지만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의 상황을 매일 체크했고, 약식기소 벌금형으로 처리되자마자 제안서를 보내와 합의까지 이뤄냈다. 당시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은 세인트루이스 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산업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김 대표는 최형우의 KIA 계약 과정에서 자신을 숨겼다. 현행 KBO리그 규정상 에이전트가 전면에 나설 수 없게 돼 있다. 대신 물밑에서 선수와 구단의 입장을 조율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현재 KBO리그에선 에이전트는 변호사만 할 수 있다. 또 에이전트 제도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 올해말부터 에이전트 제도가 확대될 예정이다.

김 대표와 대리인 계약을 한 야구 선수는 오승환 최형우 임창용 이대은 하재훈 이학주 강경덕 등이고, 축구 쪽에선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과 최문식 전 대전 시티즌 감독이 고객이다.

그는 "우리 선수들에게 세일즈를 하지 말라고 한다. 무리하게 소속 선수를 많이 두는 건 물리적으로 힘들다. 지금의 선수가 행복하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세 과시를 위해 선수 계약에 열을 올리는 업체와 확실히 다른 행보다.

김 대표는 에이전트가 권력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에이전트는 선수, 구단, 스폰서, 팬, 그리고 미디어 사이에서 모두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가 되면 그만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따라가는 게 맞지만, 선수와 구단을 좌지우지하려고 해선 안 된다. 시장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을 두루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에이전트를 꿈꾸는 학생들로부터 문의 메일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김 대표는 "좋은 에이전트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은 스포츠 시장 전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가장 먼저 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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