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지든 ‘리드’한다…절벽에 길을 내는 여인
출처:중앙일보|20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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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위 발레리나’ 클라이머 김자인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작은 체구의 여성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암벽에 매달려 있는 여성은 스포츠 클라이머 김자인(29·스파이더코리아). 2016시즌을 마치고 자연 암벽 등반에 도전했던 장면을 누군가 카메라에 담은 장면이다.

김자인은 지난달 중국 양슈오 백산구역 자연암장에서 고난도 암벽을 잇따라 완등했다.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높이 35m 루트의 ‘차이나 클라임(난이도 5.14b)‘을 연습도 하지 않고 단 번에 올랐다. 이어 같은 구역의 35m 루트의 ‘스파이시 누들(난이도 5.14c)‘도 두 차례 시도 끝에 세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완등했다.

1~5로 구분된 암벽등반의 난이도는 숫자가 클수록 어렵다는 뜻이다. 5.0부터 0.1씩 높아지고, 5.10부터는 알파벳 a~d 순으로 난이도가 0.01씩 높아진다. 난이도 5.14 완등에 성공한 클라이머는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다. 클라이밍 사이트 ‘8a.nu‘는 ‘김자인의 성과는 세계 여성 클라이머가 해낸 10대 업적 중 하나‘라며 극찬했다. 5일 서울 강남구 더 자스 클라이밍 짐에서 김자인을 만나 그의 암벽 도전기를 들어봤다.

"10층 건물 정도의 높이였는데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요. 등반을 할 때 몰입하면 마치 벽과 내 몸이 하나가 되는 기분이에요."

김자인은 한국 스포츠 클라이밍을 개척한 선수다. 그는 지난 2014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 리드(Lead)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스포츠 클라이밍 3개 종목 중 하나인 리드는 15m 인공암벽을 정해진 시간(6~8분) 안에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김자인은 IFSC 월드컵 리드 부문 최다 우승 타이 기록(25회) 보유자이기도 하다. 유럽의 TV 해설위원들은 김자인에게 ‘암벽 위의 발레리나‘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발레리나처럼 아름답고 섬세한 동작으로 암벽을 탄다는 뜻이다.

김자인은 클라이머가 될 운명을 타고났다. 산악인인 아버지가 자일(등반용 로프)의 ‘자‘, 인수봉(북한산 봉우리)의 ‘인‘의 앞글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그러나 김자인은 "초등학생 때는 고소공포증 탓에 공중에 매달려 엉엉 울었다" 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처음엔 어려웠지만 열심히 하다보니 두려움이 사라졌다. 암벽과 하나가 되는 느낌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모른다"고 말했다.

리드 종목을 잘하기 위해서는 긴 팔다리가 필요하다. 체구(1m53㎝·43㎏)가 작은 김자인은 지독한 노력으로 신체적 열세를 극복했다. 김자인은 "키가 큰 선수들은 한 번에 홀드(인공암벽에 튀어나온 부분)를 잡는다. 난 팔과 다리를 길게 뻗어도 홀드가 닿지 않아 점프를 해야 한다"며 "그래서 신발을 발 크기보다 20㎜ 작은 205㎜짜리를 신는다. 발가락이 휘어져 고통이 따르지만 작은 신발을 신어야 발에 힘을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홀드를 수없이 잡았더니 지문이 사라졌다가 다시 생기기를 반복한다. 공항에서 출입국 심사 때 지문인식이 안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암벽 여제‘라 불리지만 김자인의 어릴적 별명은 ‘647개‘였다.

"두 오빠 모두 클라이머였어요. 내가 암벽을 오르다 떨어지면 복근을 단련시키기 위해 윗몸 일으키기를 100개씩 하는 벌을 줬지요. 어느날 10차례나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벌칙으로 윗몸일으키기를 하다 647개 째에 나도 모르게 ‘육백~사십~칠 개~‘라고 외치면서 울음을 터뜨렸나봐요. 이후로 오빠들은 나를 647개로 부르며 놀려댔어요."

어려서부터 강훈련을 거듭해 온 그는 체지방률이 8~9%에 불과하다. 보디빌더 같은 등근육을 지닌 김자인은 "사춘기 때 어른들이 ‘어깨가 넓어서 시집 못 가겠다‘고 놀리셨다. 속상해서 많이 울었는데 다행히 시집은 갔다"며 미소지었다.

김자인은 지난 2015년 12월 동갑내기 소방공무원 오영환씨와 3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김자인은 "남편이 산악구조대에서 근무할 때 실내 암벽장에서 처음 만났다. 2013년 오른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받았을 때 남편이 큰 힘이 되어줬다"며 "소방공무원 클라이밍 대회에서 5등을 차지한 남편은 내가 높은 벽을 오를 때면 뒤에서 줄을 잡아준다. 내가 국제대회에 나가면 ‘부담감을 버리고 클라이밍을 즐기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써준다"고 말했다.

김자인은 클라이밍 대중화를 위해 명동 한복판의 84m 높이의 빌딩을 완등하기도 했다. 농구 골대를 타고 올라서 덩크슛을 한 적도 있다. 김자인은 "중학교 때 클라이밍 대회에 나가면 친구와 둘이 1·2등을 나눠가졌지만 지금은 대회 참가자가 부쩍 늘었다. 김연아 선수 덕분에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늘어난 것처럼 날 보고 클라이밍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다. 리드, 볼더링(Bouldering·5m 인공암벽 4∼5개를 놓고 완등 회수를 겨루는 종목), 스피드(Speed·10m나 15m 암벽을 누가 빨리 올라가는지 겨루는 종목) 세 종목 점수를 합산해 남·녀 우승자를 가린다. 리드가 주특기인 김자인으로서는 볼더링과 스피드까지 훈련해야 한다. 농구로 치면 단신가드가 3점슛, 드리블뿐 아니라 덩크슛 콘테스트에도 나서는 셈이다.

김자인은 "스포츠 클라이밍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으니 내가 금메달을 딸 거라고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다. 난 도쿄 올림픽 때 32세가 된다"면서 "우선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 게 목표다.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면서 클라이밍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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