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리거와 포이리에의 경기를 기억하시나요?
출처:다음스포츠|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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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에서 ‘코리안 슈퍼 보이‘ 최두호(25, 부산 팀 매드/사랑모아통증의학과)에게 1만 2,000명 관중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동물적이면서 간결한 카운터펀치로 샘 시실리아를 1라운드 1분 33초 만에 쓰러뜨린 직후였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했다.

더 놀라운 장면이 잠시 후 연출됐다. 해설 위원 케니 플로리안이 옥타곤으로 올라와 이제 UFC 2승을 거둔 앳된 신예에게 건넨 질문이 아주 의외였다.



"언제쯤 타이틀 도전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플로리안은 주짓수 검은 띠다. 2005년 TUF 시즌 1 미들급 준우승자였다. 2011년 10월 그의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에게 도전해 판정패했다. 은퇴한 뒤 UFC 해설 위원으로 전직했는데, 냉철하고 정확한 분석으로 이름값을 올리고 있다.

그도 최두호의 천재성을 진작에 간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서 최두호의 답변 역시 천재적. "난 항상 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내 타격이 세계 최고의 타격이라고 생각한다." 건방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움츠러들지도 않은 자신감이 담긴 한마디였다.



로빈 블랙도 분석력을 인정받는 전문가다. 그는 록커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장기하와 얼굴들‘과 비슷한 느낌의 캐나다 밴드 ‘로빈 블랙과 은하계 락스타들(Robin Black and the Intergalactic Rock Stars)‘의 리더였다. 종합격투기 전적은 4승 5패.

로빈은 일본 딥(DEEP)에서 최두호가 연전연승할 때부터 그를 ‘세계에서 주목해야 하는 유망주 1위‘로 꼽아 온 ‘두호바라기‘다. 2014년 11월 최두호가 옥타곤 데뷔전에서 후안 푸이그를 18초 만에 잡자 로빈은 ‘로빈의 분석‘이라는 자신의 TV 프로그램에서 "최두호가 지금 21살인데, 그가 19살 때부터 그의 딥 경기를 중계해 왔다"면서 뿌듯해했다.

로빈은 여전히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오는 11일 UFC 206을 앞두고 "최두호는 계속 진화한다. 경기에서 실시간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분석한 다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능력을 지녔다"며 칭찬했다. "최두호는 페더급의 미래"라고도 했다.

스완슨이 타격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스페셜리스트라고 평가하면서도 절대 최두호가 열세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이건 랭킹이 문제가 아니다. 타이틀이 문제가 아니다. 이 경기에서 싸움의 미(美)를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UFC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은 지난 4일 UFC 파이트 패스(www.ufcfightpass.com)에 공개된 주간 토크쇼 ‘UFC 나우‘에서 최두호의 타격 기술에 엄지를 들면서 "UFC 최초 아시아 챔피언이 되겠다는 그의 포부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브라질에서 신인을 발굴하고 있는 UFC 임원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하고 스포티비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좋아하는 최두호는 지금 어디 있는가? ‘마이 보이‘ 최두호를 보고 싶다. 그를 만나지 못하고 브라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라며 웃었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묻기도 했다.

‘국뽕‘이 아니다. 최두호는 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천재성을 지녔다. 체력, 지구력, 정신력, 위기 관리 능력을 옥타곤에서 아직 보여 주지 못했을 뿐이지, 그의 타격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정적인 건 도박사들의 선택이다. 돈이 오가는 베팅의 세계에서 그들은 가장 냉정하고 분석적이다. 7일 오전 9시 현재, 베스트파이트오즈닷컴에서 최두호의 배당률은 -224(1.45배), 스완슨의 배당률은 +182(2.82배)다. 최두호가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도박사들의 돈이 몰려 배당률이 낮아진 것이다.

UFC도 이런 최두호의 가능성을 모를 리 없다. UFC 네 경기째 랭킹 4위 강자와 붙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매치 메이커 션 셜비는 최두호의 가능성을 빨리 파악하고 싶었고, 그의 앞에 변칙적이고 동물적인 타격가를 세웠다. 최두호는 일생일대 가장 어려운 과제를 안았다.

UFC는 될성 부른 떡잎에 물을 흠뻑 주는 경향이 있다. 영양제를 놔 줄 때도 있다. 때로는 바람막이가 돼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도와 준다. 하지만 꼭 한 번쯤은 시험대에 올려 미래 가치를 테스트한다.

코너 맥그리거는 페더급과 라이트급을 동시에 석권한 유례 없는 슈퍼스타다. 2012년 영국 케이지 워리어에서도 페더급과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른 뒤 옥타곤에 입성해 마커스 브리매지, 맥스 할로웨이, 디에고 브랜다오를 잡았다.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모을 줄 아는 엔터테이너기도 했다.



맥그리거는 옥타곤 3연승 후 난적을 만났다. 상대는 당시 페더급 4위였던 더스틴 포이리에였다. 맥그리거가 파이터 커리어에서 맞붙는 가장 강한 선수라고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맥그리거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1라운드 1분 48초 만에 포이리에를 쓰러뜨렸다. ‘말만 많은 떠버리‘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말한 걸 지키는 실력자‘로 인정 받게 된 한판이었다. 맥그리거의 가치가 단숨에 뛰어올랐고, 거기서 박차를 가해 페더급 잠정 챔피언→페더급 챔피언→두 차례 웰터급 도전→라이트급 챔피언까지 내달렸다.

포이리에 전에서 검증을 끝낸 UFC도 맥그리거를 확실히 밀어줬다. 지난해 1월 맥그리거가 스타일상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데니스 시버와 붙이고, 이기면 타이틀 도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맥그리거를 차세대 스타로 키우는 과정은 그랬다.

최두호의 앞을 막아선 컵 스완슨은, 맥그리거에게 시험이 된 더스틴 포이리에와 비슷하다. 최두호는 UFC 3연승을 거두고 UFC와 재계약했다. 기존 파이트머니 1만 2,000달러에서 약 두 배 인상된 2만 3,000달러를 받기로 했다. UFC가 ‘최두호 키우기‘ 중장기 플랜을 짜는 시작이었다.  

UFC 관계자가 지난 7월 이후 최두호에게 "컵 스완슨을 도발해도 좋다"고 귀띔했다고 하니, 그때부터 슈퍼 보이를 시험대에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기회를 잡아야 큰다. 이겨야 할 때 이기는 선수가  강자다. 킬러 최두호는 여기가 인생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맥그리거가 빠져 페더급 타이틀 전선은 활발하다. UFC 206 메인이벤트에서 맞붙는 맥스 할로웨이와 앤서니 페티스 가운데 하나가 내년 조제 알도와 맞붙는다. 최두호가 스완슨을 잡으면 본격적인 타이틀 도전권 경쟁자가 된다. 3개월 전 "내년 알도와 페더급 타이틀전을 갖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할 수 있다.

맥그리거가 포이리에를 쓰러뜨리는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본 사람들은 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경기가 UFC 역사에 상당한 의미를 남기는 한판이었다는 것을.

그렇다면 최두호가 스완슨을 꺾는 장면을 보는 당신은? 아마 미래에 역사의 산증인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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