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프’ 선배들처럼 나이를 먹어서도 그런 멋진 연기를 할 수 있을까요.”

tvN 금토 미니시리즈 ‘디어 마이 프렌드’ 속 ‘선배’들의 연기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들의 지켜보며 존경스럽고 부럽다는 배우들이 많다. 손예진도 한 명이다. 손예진은 현재 충무로 여배우 캐스팅 0순위다. 여배우 중에서 몇 안 되는 ‘열일’하는 배우다. 장르, 캐릭터의 폭도 넓다. 그런데도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

“어릴 때는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뜻대로 안 됐어요. 그래서 더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고 어떨 때는 쉬고 싶거나 고갈된 느낌도 드는데 저도 모르게 어느 새 시나리오를 보고 있어요. 아직은 제 안에서 에너지가 계속해서 꿈틀대고 있나 봐요.”

손예진은 ‘미쓰 홍당부’(2008)를 연출했던 이경미 감독의 신작 ‘비밀은 없다’로 오는 23일 관객을 찾는다. ‘비밀은 없다’는 연기에 대한 애정을 다시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손예진은 남편의 선거 활동 중 실종된 딸의 행방을 추적한다. ‘모성’의 이미지가 옅은 손예진이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주부로 변신했다.

“중3 딸은 둔 엄마가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어요. ‘비밀은 없다’는 단순히 모성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손예진의 엄마 연기는 전형적인 모성과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가 스릴러의 분위기를 완성시켰다. 딸이 사라진 후 손예진의 얼굴에 광기가 서린다. 극단적인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온몸으로 분노를 토해내고 온몸으로 분노를 삭인다. 낯선 모습이다.

“배우가 연기를 하다 보면 매너리즘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럴 때는 두렵고 겁이 나요. ‘비밀은 없다’는 다른 시각으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점에 자유를 준 영화였어요. 자신감도 생기고 열정이 더 생기게 해줬어요.”

김주혁과는 ‘아내가 결혼했다’(2008) 이후 8년 만에 부부로 다시 만났는데 이번에도 꽤 이상한(?) 부부다. 김주혁과 육탄전 신에서 뺨을 연타로 때리고 그의 얼굴에 침을 콱 내뱉는 모습은 강렬하다.

“이번 영화가 전작(아내가 결혼했다)과는 반대로 어두운 영화예요. 김주혁씨가 워낙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스타일이잖아요. 한 번 같이 작업해서 덜 부담 갖고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