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패는 女? 그녀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출처:mfight|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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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는 남성스포츠다‘라는 인식이 점점 깨지고 있는 요즘이다. 싸움에 가장 가까운 스포츠라고 불리는 종합격투기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이 증가함은 물론 여성 프로 파이터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서는 여성 전용 단체가 왕성히 운영될 정도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프로 종합격투기 파이터로 활동한 여성은 사실상 함서희가 유일했다. 타고난 근성과 과거 입식격투기 선수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는 그녀는 2007년부터 일본에서 꾸준히 활동하던 끝에 최근 쥬얼스란 단체의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또 한명의 여성 파이터가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남자친구인 소재현의 사연이 채택돼 ‘안녕하세요‘라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김지연(23, 임팩트짐)이다. 프로그램에서 김지연은 남자친구를 툭 하면 때리는 여자친구, 남성파이터를 이기는 여성파이터로 비춰졌다.

혹자는 말한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는 의도된 내용이 아니었냐고. 하지만 업계 내에서 김지연이 웬만한 남성들에게도 밀리지 않고, 이미 남자 선수를 이긴 경험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소재현이 스파링 중 넉아웃 된 것 역시 실제 있었던 일이다.

국내 정상급 파이터 남의철은 "김지연과 스파링을 할 땐 항상 긴장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파이터라는 이유로 남모를 어려움도 많다. 그녀가 파이터가 된 배경과 현재의 고민, 목표에 대해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킥복싱∙복싱∙MMA까지



김지연이 격투기에 발을 들인 시기는 중학교 2학년 때였다. TV를 보다가 왠지 한 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그의 부모는 피아노 같은 여성다운 것을 배우라고 했지만 딸의 설득에 결국 다이어트나 해보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펀치와 킥으로 상대와 겨루는 킥복싱. 잠시 배우고 난 뒤 김지연이 가진 생각은 ‘재밌다‘였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를수록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섰고, 경기에 출전하는 체육관 내 선수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다. 그 선수들이 너무 멋있게 보였고 선수에 대한 신비감이 의지를 부추겼다. 결국 그녀는 고1때까지 킥복싱 경기에 출전하며 10승 무패라는 우수한 성적을 남겼다.

당시 체육관이 김재영이 소속된 웅비체육관이었는데, 체육관 내에 종합격투기 클래스가 생기며 조금씩 그래플링 기술도 배울 수 있었고 스피릿MC 아마추어 경기에 4번 출전해 3승 1무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더군다나 체급이 높은 김지연의 경우 1년에 한 번 프로경기를 뛰기조차 쉽지 않았다. 이에 그녀가 눈을 돌린 종목은 복싱이었다. 입식격투기를 했기에 적응이 수월했고 체육학과 진학시 가산점이 주어진다는 점은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복싱에서 김지연은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4개월 만에 프로 라이선스를 취득했으며 6개월 만에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갖는 경기에서 전부 승리해 데뷔 1년만에 4전 4승의 전적으로 동양타이틀에 도전해 챔피언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후 원정 경기에서의 편파판정과 계속되는 경기 취소에 그만 둘까 고민도 했다. 몸과 마음이 지쳤다. 그러던 중 현재의 남자친구인 소재현의 권유로 다시 종합격투기에 전념할 수 있었고, 2010년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이 대림팀파시였다.

종합격투기의 경우 복싱보다 경기를 갖기가 더 어렵지만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는 기쁨이 크게 다가왔다. "복싱을 할 땐 자신과의 싸움에 가까울 정도로 고독했는데 종합격투기의 경우 다 함께 격려하며 ‘으쌰으쌰‘ 운동하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기분이더라고요. 또한 함서희의 활동과 간혹 보이는 여성부 경기를 보며 희망을 가질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남자 패는 여자요? 온몸이 멍투성이에 인대도 찢어졌죠"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는 여성은 극히 드물다. 더군다나 김지연의 경우 체급이 높아 늘 남성 선수들과 몸을 섞어야 한다. 남성들 역시 김지연의 뛰어난 복싱 실력에 스파링 상대로 매우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지연이 처음으로 알려진 시기는 2011년이었다. 남자 선수와 킥복싱 룰로 대결을 벌여 승리한 것이 이슈가 됐다. 경기가 잡히지 않아 스파링을 한다는 생각으로 출전을 결정했고, 평소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는 만큼 별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경기는 경기였다. 스파링과 달리 상대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상대 남성 선수는 글러브터치도 하지 않은 채 시작하자마자 하이킥으로 김지연을 공격했다. 성대결인 만큼 니킥을 금지하기로 했지만 룰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승부욕이 불탔고 결국 치열한 승부 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또한 격투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주먹이 운다‘에도 홍일점으로 참가해 많은 남성 선수들의 도전을 받았다. 남성 도전자들과의 대결에서 늘 우위를 점했지만 편집해달라는 출연자들의 요청과 소재현이 대리로 복수하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고전하는 부분 위주로 편집됐다고 했다.

복싱에서 활동할 때부터 남자 선수들과 훈련했기에 김지연에겐 남자나 여자나 다 같은 선수라는 생각이 크다. 남자 선수들과의 훈련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안 밀린다는 말도 많이 듣는 그녀지만, 남자와 겨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자라는 신체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제가 항상 때리는 것은 아니에요. 살이 약해 상처가 쉽게 생겨요. 또한 기본적인 근력에서 차이가 나기에 같은 스파링이라도 상대 남자 선수보다 배는 힘들어요. 남자를 팬다고 기사가 나가면 욕을 먹기도 했는데, 결코 그렇지도 않아요. 맞아서 힘들었을 때도 많고 온몸이 멍투성인 경우도 많아요. 심지어 인대가 찢어지기도 했죠. 여자인 만큼 몸에 변화가 올 땐 더 힘들고요"

하지만 남자 선수들과의 훈련이 빨리 성장하며 강해질 수 있었던 비결이 된 점은 분명하다. 강한 펀치에 대한 내성이 생겼고, 이에 여성 선수의 펀치에는 두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돈보다 꿈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 더 값지죠"



국내 여성 선수들을 많이 봤지만 그녀들의 고민은 한결같았다. 기회가 없고 미래가 너무나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까지 국내엔 프로 파이터로서 살아갈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고, 그런 부분이 여성에겐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지연은 꿈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값지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격투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만 제가 생각한 기준까지는 계속 꿈을 위해 도전할 거예요. 돈은 나중에도 충분히 벌 수 있잖아요? 하지만 운동은 지금 아니면 할 수 없어요. 또래 친구들이 저보다 많이 벌겠지만 저는 그 대신 꿈을 키워가고 있어요."

현재 김지연은 인천 선학동에 위치한 임팩트짐에서 운동과 직장생활을 겸하고 있다. 복싱 클래스 운영이 그녀의 주업무이고, 주짓수 전문 체육관인 그곳에서 부족한 그래플링을 보완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출전하는 주짓수 대회마다 우승 타이틀을 전부 거머쥐고 있다.

비록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에 전념할 수 있고 생활에 부족함이 없는 만큼 충분히 만족한다. 특히 운동과 생활은 물론 다방면으로 신경을 써 주는 석상준 사범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했다.

그럼 김지연의 목표는 무엇일까. 선수로서 부와 명예를 얻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결코 전부는 아니었다. 선수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커리어를 쌓고, 그것을 기반으로 앞으로 격투기 분야에 종사하고 싶은 것이 그녀의 소망이다.

"부와 명예가 따라주면 좋겠지만 그걸 바라고 운동하진 않아요. 타이틀을 획득해 스스로의 가치를 올리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라고 말한 그녀는 "여전히 기회가 적지만 국내 로드FC나 해외의 UFC, 인빅타FC 등을 보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언젠가 좋은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고 있죠"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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