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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왜 승리한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출처:조이뉴스24|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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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앞둔 축구 감독들은 대부분 ‘승리‘를 강조한다.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도, 오직 승리만이 목표라서도 아니다. 그 경기에 대한 의지를 대변하는 말이 승리이기 때문에 승리를 외치는 것이다. 승리하려는 열망, 간절함, 투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질 확률이 높은 경기라도 승리를 말하는 이유다. 승리에 대한 감독의 의지가 경기의 내용과 결과를 바꾼다.

그렇기에 "꼭 승리를 하겠다"라는 말 한 마디는 100% 승리에 자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미다. 경기를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감과 집중도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임 홍명보 감독의 입에서는 한 번도 승리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데뷔전이었던 동아시안컵 3경기를 앞두고 단 한 번도 승리 의지를 표현한 적이 없었다.

절대로 질 수 없는 한일전을 앞두고도 홍 감독은 "항상 한일전은 팬들의 관심이 높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 승리를 거둘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일본도 실력이 좋다. 준비하는 것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일본전에서 골이 안 나올지 모른다. 준비는 해야 한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승리를 하면 좋지만 져도 큰 문제는 없다는 뉘앙스였다.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골이 터질지 감독인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결국 한국은 일본에 1-2로 패배하며 동아시안컵을 2무1패로 초라하게 마무리 지었다.

동아시안컵이 끝나고 찾아온 페루와의 친선경기(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이 경기를 앞두고도 홍 감독의 말에서는 승리 의지를 엿볼 수 없었다. 승리할지도 패배할지도 결과를 봐야 하고 골을 넣을지도 골을 넣지 못할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홍 감독은 지난 12일 대표팀 소집 첫 훈련을 할 당시 "48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공격진은 특별히 준비할 것이 없다. 컨디션 회복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골 가뭄이 해소될지는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페루와의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인 13일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한 홍 감독은 역시나 승리를 얘기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페루전에서 승리하겠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홍 감독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했다. 팬들의 신뢰보다는 선수단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경기가 계속 부진해 우리 팬들에게 신뢰를 잃어갈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팬들의 신뢰가 중요한지 결과가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둘 다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이 시점에서는 선수들과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결과와 내용이 좋지 않은 부분은 다 내 몫이고 우리 선수들과는 상관이 없다. 이 시점에 있어서는 선수들과의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홍 감독의 시선은 내년 열리는 브라질월드컵 본선으로 향해 있다. 그 전까지 밑그림을 그리고 차곡차곡 기량을 쌓아가는 단계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오직 월드컵이라는 숲을 위해 눈앞의 나무를 홀대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무가 모여야 숲이 되는데 멀리 숲만 보고 눈앞의 나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월드컵도 중요하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지금 눈앞의 경기도 중요하다. 친선경기를 치르며 승리하고, 자신감을 찾고, 완성도를 높여가야 월드컵 본선 희망도 커진다. 눈앞 경기를 모두 그르치고 본선에서 잘 뛰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지금 홍명보호는 월드컵 본선까지는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모두 과정이니 무조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홍 감독은 왜 승리한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이길지도 질지도 모른다, 골을 넣을지도 못 넣을지도 모른다, 골 가뭄이 해결될지 안 될지 모른다 등 애매한 표현만 하고 있다. 비록 현 대표팀에 해외파가 모두 합류하지 않았고, 강팀을 상대로 승리할 자신이 없다고 해도, 대표팀이라면 승리하겠다는 의지는 보여야 한다.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이라면 그런 경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홍 감독 부임 이후 한국의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무려 13계단이나 떨어져 56위다. 페루전에서 패배한다면 60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4위다. 아시아 ‘맹주‘를 자처해온 한국 축구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축구팬들의 자존심도 많이 무너졌다. 또 2000년 이후 대표팀 감독 중 부임 후 4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한 감독은 없었다. 홍 감독이 쌓아온 명성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팬들의 우려가 크다. 선수들과의 신뢰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팬들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려야 할 시기다. 오직 과정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과정과 결과를 함께 잡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선수들과의 신뢰와 함께 팬들과의 신뢰도 쌓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번 경기는 반드시 이길 겁니다"라고 시원하게 승리를 외치는 날은 언제일까.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 짧은 시간 탓을 하지 않겠다고 장담한 홍 감독이니 곧 그런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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